by피용익 기자
2018.05.11 11:44:26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 놓고 ‘전면전’ 양상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현대모비스 분할법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한 뒤 존속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만드는 방안을 둘러싸고 현대자동차그룹과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전면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엘리엇에 흔들리지 않겠다”고 언급한 사실이 보도된 11일, 공교롭게도 엘리엇은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했다.
엘리엇은 소액의 지분 ‘알박기’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한 후 ‘먹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겉으로는 ‘주주자본주의’를 내세워 주주 이익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는 단기 ‘시세차익’이 목적이다. 엘리엇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물산의 3대주주로서 양사 합병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며 이름을 알렸다.
엘리엇은 이번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과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같이 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또 오는 29일 현대모비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행사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유사하다고 주장한 배경은 △한 계열사에 대한 대주주의 지분을 활용해 다른 계열사에 대한 지분을 높이는 구조 △사업 논리 결여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결여된 중장기 비전 등이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주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진됐으며, 2015년 9월15일 재상장된 합병 삼성물산은 이후 코스피시장 대비 49% 미달하는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유사한 점을 보이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도 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엘리엇은 특히 현대차그룹이 주주가치를 지속적으로 약화시켰다고 강조하면서 한국전력공사 소유 강남구 삼성동 부지 매입, 현대건설 인수, 현대모비스의 녹십자생명보험 인수 등을 문제삼았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지분 1.5% 가량씩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엘리엇은 “현대차그룹 전체의 문제인 심각한 가치 저평가와 미흡한 경영구조를 해결하기 위한 첫 단계로서 그룹의 개편안에 대해 다른 주주들도 반대표를 행사할 것을 권한다”며 동참을 호소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제로원’에서 블룸버그통신과 만난 자리에서 현대차그룹 출자구조 재편에 대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며 “현대모비스가 핵심 기술 중심 회사로 이를 이끌어 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엘리엇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주주들 제안을 경청할 것이며, 회사와 주주들에게 이익 되는 제안이 있다면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존속 현대모비스에 대한 비전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모비스는 자체적 핵심기술 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것 외에도 대규모 M&A(인수합병),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들과의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의 수평적 협력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모비스는 현재 전장 분야 등의 4~5개 기업을 대상으로 전략적 M&A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모비스 성공 여부에 그룹 미래가 달려있다. 모비스는 더 중요한 회사가 될 것”이라며 “여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두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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