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원전 늘리고 재생에너지 축소’ 기사 정정보도 청구소송서 패소
by김형욱 기자
2023.05.24 19:05:48
법원 “허위사실로 볼 수 없어”…산업부 “항소할 것”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정부가 원자력발전(원전) 비중은 늘리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줄이며 선진국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22일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공장에서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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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법조계와 산업부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 서보민)는 산업부가 경향신문사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서 원고(산업부)의 청구를 기각했다.
주간경향은 지난해 7월 ‘원전 비중 확대, 거꾸로 가는 윤 정부’란 기사를 올렸다. 같은해 5월 출범한 윤석열정부가 재생에너지 비중을 낮추고 원전 비중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는 선진국 중에선 유일하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산업부는 보도 후 해당 내용이 허위사실이라며 정정보도문 게시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하루 2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보도 내용을 허위사실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당 기사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재검토하겠다’는 정부의 앞선 공식 회의 발언을 토대로 원전 비중 확대와 재생에너지 비중 축소를 예상한 내용으로 허위사실 적시라고 볼 순 없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즉각 항소의 뜻을 밝혔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제출 증거만으론 기사 내용을 허위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한 것일 뿐 기사 내용을 진실로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게 산업부의 주장이다. 산업부는 기사와 달리 대다수 선진국이 원전 비중을 확대하고 있으며, 정부가 재생에너지 비중을 낮춘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거듭 밝혔다.
실제 정부는 보도가 나간 지 약 6개월 후인 올 1월 확정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서 2022년 기준 9.0%인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1.6%, 2036까진 30.6%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0년 확정한 9차 전기본의 2030년 목표(20.8%)보다 0.8%포인트 높인 목표다. 또 독일은 최근 완전한 탈(脫)원전을 결행한 반면 일본과 영국 등은 원전 비중 확대 계획을 밝히거나 탈(脫)원전 기조에서의 변화를 최근 시사한 바 있다.
다만, 해당 보도는 10차 전기본 수립 이전이고 정부와 여당 주요 관계자의 발언을 근거로 하고 있어, 사후 이뤄진 10차 전기본 내용이 법원의 판단에 얼마만큼 영향을 줄 지는 미지수다. 또 전 정부가 전기본과 별개로 2021년 말 수립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 중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는 2030년 기준 30.2%인 만큼 현 정부의 재생에너지발전 비중 목표가 이와 비교하면 낮아진 측면도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선진국 중 원전 비중 확대 국가가 거의 없고, 정부가 재생에너지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는 (당시) 기사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1심 판결 역시 해당 기사 내용을 진실이라고 한 것은 아니다”라며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