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쇄신`으로 위기 극복 꾀했지만…혁신기구 둘러싼 논쟁에 골머리

by이수빈 기자
2023.05.25 17:03:05

의원총회서 '혁신기구 청사진 제시' 요구
위원장 선임·혁신기구 권한 두고 계파 갈등 분출
"혁신위? `이재명의 민주당`되는 것" 비판도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거액 가상자산(코인) 투자 논란에 따른 당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쇄신의 칼을 뽑아들었으나, 계파 갈등으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다. 혁신 기구를 이끌 위원장 선임부터 혁신기구의 권한까지 친명(親이재명)계와 비명(非이재명)계 간 알력 다툼이 거세지고 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민주당은 25일 의원총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혁신기구 구성을 서둘러달라는 요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를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나 “혁신기구 논의가 쇄신의총에서 나왔는데, 이후 수주가 흘렀기 때문에 청사진이 빨리 제시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혁신 기구에 대해 구체적으로 내용이 공유되거나 토론이 된 것은 아니다”라며 “별도의 시간과 기회를 통해 토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논의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박광온 원내대표의 공약이었던 ‘쇄신 의총’을 열었다. 당 지도부는 의총 결의안에서 “민주당이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고 정치를 바꾸겠다. 오늘 보고드린 쇄신 방안을 실천해 나가고, 전당대회 투명성과 민주성 강화 등 당 차원의 정치혁신 방안을 준비해서 보고드리겠다. 이를 위해 당 차원의 혁신기구를 설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결의안이 발표된 지 열흘이 지났음에도 당 지도부는 아직 혁신기구의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 계파 간 서로 다른 요구가 분출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혁신기구의 권한에 대해 비명(非이재명)계는 전면적인 혁신을 위한 전권 위임을 요구했고 이에 친명(親이재명)계는 선출 권력이 위임 권력보다 우선한다고 반박했다.



서은숙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혁신위는 당의 혁신안을 만드는 기구”라며 “당헌·당규에 따르지 않고 당원과 대의원과 또 국민이 선출한 당 지도부의 권리를 함부로 위임하게 되면 뒤에 법적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도 2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혁신위는 임명, 당 지도부는 선출, 임명 권력이 선출 권력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적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23일 “혁신위가 성공하고, 그것이 총선 승리로 이어지려면 어때야 할까 고민해 봤다. 제일 중요한 것은 혁신위의 권한”이라며 “전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당 지도부의 권한을 과감하게 위임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따른 반박으로 풀이된다.

이동학 전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자신의 SNS에서 “오늘 의원총회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에 앞서 청년정치인 공격을 중단해야 한다는 서명을 받는다고 하는데, 그것보다는 혁신위에 전권을 준다는 의미로 백지위임장에 서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전권 위임을 요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고강도 쇄신을 시작해야 한다. 더 떨어질 바닥도 없다. 민주당은 망해야 다시 산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혁신기구의 권한을 확정하지 못한 상황에 혁신 기구를 이끌 인사 선정도 난항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혁신위원장 모시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것인 우리의 현실”이라며 “내부 사람이 맡으면 짬짬이가 될 것이고 외부 사람이 맡으면 바보가 될지도 모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혁신기구 구성 자체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유인태 전 사무총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혁신위를 만들겠다는 것이 이재명의 민주당을 완성 시키겠다, 이렇게 들릴 수도 있다”며 “지금 이 대표가 그렇게 전권을 주는 기구를 만들 리도 없고, 자기 통제 아래 두려고 할 텐데 또 거기에 마땅한 사람을 지금 찾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혁신위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