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유료방송 M&A때 공정경쟁 심사 추진..업계, '이중규제' 우려

by김현아 기자
2019.04.23 15:55:51

과기부, 방송법 개정 추진..공정위 있지만 M&A 심사 때 공정경쟁 보겠다
업계, 이중규제 우려..사후규제 보완책 허술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정여부부터 봐야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영민)가 방송법과 IPTV 법을 개정해 유료방송 인수합병(M&A) 심사때 공정경쟁 심사를 추가하는 것을 추진해 논란이다.

지난 16일 국회는 유료방송시장의 사전 규제인 33% 점유율 규제와 합산 규제를 폐지하고 사후 규제를 보완하자며 과기부에 정책 대안을 요청했지만, 과기부는 부처 권한 확대에만 관심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유료방송 M&A 심사 때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쟁제한성(공정경쟁) 심사를 하는데, 과기부까지 나서면 기업에 대한 이중규제 우려가 큰 것이다.

방송통신 전문 정책기구인 과기부가 사후 규제 보완책을 만든다면 법을 개정해 공정위 심사와 비슷한 일을 하려할 게 아니라 △유료방송 시장에도 통신시장처럼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필요한가 △IPTV회사의 종합유선방송(SO) 인수 때 지역채널로 대표되는 지역성 문제는 어찌할까 △규제 완화 시 위성방송 등 방송의 공공성·공익성은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까로 모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기부가 국회에 제출한 ‘위성방송의 공적 책무 강화 방안’에 따르면, 시장 점유율 규제 원칙을 재확립하겠다며 KT IPTV와 KT스카이라이프의 시장점유율 합산규제의 재도입은 반대하면서 동시에 IPTV와 종합유선방송(케이블TV)가 받고 있는 33% 사전 시장점유율 규제도 폐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는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각각 33%를 넘어서지 못하고 각각 티브로드와 CJ헬로를 인수해도 66%를 넘지 못한다.

KT(KT·KT스카이라이프)는 위성방송까지 보는 합산규제가 지난해 6월 일몰돼 이론적으로는 100%까지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

과기부는 이에 KT그룹의 합산규제를 재도입하지 않는 대신, 공정한 경쟁을 위해 다른 사업자들에게도 시장 점유율 사전규제를 풀어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과기부는 방송법과 IPTV법을 개정해 시장점유율 규제를 폐지하는 동시에, 인수합병(M&A)심사에서 공정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M&A 관련 심사기준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 과기부가 제출한 문서
IPTV 관계자는 “과기부가 방송법에서 M&A 심사 기준으로 공정경쟁을 보겠다는 것은 또 다른 사전 규제”라면서 “경쟁법에 따른 공정경쟁은 공정위가 보는데, 사전 규제 폐지로 과기부가 규제권한이 축소될까 숟가락을 얻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창희 과기부 방송진흥정책국장은 “공정위가 바라보는 경쟁구조와 우리가 보는 게 다를 수 있다”면서 “이를테면, 유료방송 지역채널만 봐도 지역채널 운영구조 등에 있어 수직결합은 경쟁정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과기부 주장에 대해 케이블TV 업계도 현실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33% 시장점유율을 넘지 못하게 하는 사전 규제를 없앤다면 정부가 먼저 신경 써야 할 일은 M&A때 공정경쟁 심사기준을 넣는 게 아니라 유료방송 시장에서도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필요한가 여부를 정하는 것”이라며 “지역채널 이슈는 경쟁 정책이슈가 아니라 지역성 이슈”라고 반박했다.

국회에 과기부가 제출한 문서(위성방송의 공적책무 강화방안) 중 일부
유료방송시장(IPTV, 케이블TV, 위성방송)에 지배적 사업자 개념이 생기면, 시장지배적사업자는 결합상품 불법 판매 같은 금지행위를 할 때 사후에 과징금을 더 내야 한다.

이성엽 고려대 교수는 “과기부는 전문규제기관으로서 방송법상의 여론지배력을 기준으로 경쟁제한성을 볼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후 규제를 하는데 방송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유료방송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지정할지 문제다. 개인적으로는 점유율 40%이상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