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관악을 출마…'천·정' 파장에 정치권 촉각

by김진우 기자
2015.03.30 16:20:04

2001년 '정풍운동' 주역 정동영·천정배 4·29 보궐선거 동시 출마
인지도와 인물 경쟁력은 앞서지만, 출마 명분 약하다는 공통점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국민모임의 정동영 전 의원이 4·29 보궐선거에서 서울 관악을 출마를 선언하면서 선거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관악을이 민주화 이후 야권이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는 텃밭 지역이지만 후보 분열로 선거 결과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게 됐다는 평가다.

역시 야권 우세 지역인 광주 서구을에서도 천정배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오리무중 판세를 보이고 있어 두 사람의 선거 결과에 이번 보선 전체 판세가 갈리게 됐다.

정 전 의원은 30일 서울 여의도 ‘대륙으로 가는 길’ 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무엇이 되고 안 되고는 중요하지 않고 제 몸을 불사르겠다고 결심했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불출마에서 출마로 입장을 선회한 것에 대해 “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인재영입에 실패해 4곳에 후보를 내지 못했다”고 토로하면서 국민모임이 대안정당으로 가는 기틀을 놓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정 전 의원의 출마로 새정치연합은 비상에 걸렸다. 이번 보선에서 인천 서구·강화을과 경기 성남 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았던 관악을 역시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관악을 선거지원 도중 취재진과 만나 “정 후보의 출마로 관악을 선거가 더 어려워진 것 같다”며 “누구를 위한 선택인지 안타깝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반사이익을 기대하면서도 선거 막판 야권연대 가능성을 경계했다. 김무성 대표는 관악을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에게 “야권의 분열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지난 선거 때 종북세력과 손잡지 않았나. 그런 일은 다시 없어야 한다”고 했다.

정 전 의원의 출마로 2001년 새천년민주당 쇄신의 시발점이 된 ‘정풍운동’의 주역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 가운데 두 사람이 이번 보선의 ‘키’를 쥐게 됐다. 앞서 천 전 의원은 지난 9일 광주서부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광주 서구을 출마를 선언했다.

두 사람은 모두 인지도가 높고 인물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지만 출마 명분이 약하고 지역구를 옮겨 출마했다는 약점이 있다. 현재 광주 서구을에서는 천 전 의원이 조영택 새정치연합 후보와 각축을 벌이고 있고 관악을에서는 정 전 의원이 오신환 새누리당·정태호 새정치연합 후보에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두 사람 모두 당선 가능성이 있고 동반 출마하면서 주목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반면 출마 명분이 약해 ‘배신 프레임’에 걸릴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