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만 귀국 이종섭 대사, 여야 사퇴요구에도 버티기 돌입

by윤정훈 기자
2024.03.21 17:31:12

이종섭 호주대사, 5월까지 국내 머물듯
李 “의혹 사실아냐..공수처 조사 조율할 것”
이재명 “尹, 이 대사 즉각 해임해야”
한동훈, 공수처 수사 촉구...여당서도 사퇴론 ‘솔솔’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이종섭 호주대사가 정치권의 사퇴 요구에 부임 11일만에 전격 귀국했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사퇴론이 일고 있지만, 이 대사는 5월까지 국내에 머물며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촉구하며 자리를 지킬 모양새다.

‘해외 도피’ 논란을 일으킨 이종섭 주 호주 대사가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후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 뉴스1)
21일 외교부와 정계에 따르면 이 대사는 이날 오전 예정보다 20분 빠른 9시 30분쯤 싱가포르항공(SQ) 612편을 통해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이 대사는 귀국길에 기자들과 만나 “저와 관련해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이미 수차례에 걸쳐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며 “임시 귀국한 것은 방산협력 관련 주요국 공관장회의 참석 위한 것”이라고 귀국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체류하는 기간 동안 공수처 일정이 조율 돼 조사받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며 “향후 일정 관련해서는 방산협력 관련 업무로 일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사는 다음주 방산협력 주요 6개국 공관장 회의, 4월 22~26일 서울에서 열리는 재외공관장 전체회의, 외교·국방 2+2 협의 일정까지 소화하면 5월초까지도 국내에 체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기간 내에 공수처 조사를 받고 의혹 해명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사의 귀국에도 정치권의 해임 촉구는 이어지고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새벽 5시부터 공항에 집결해 이 대사 해임과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애초부터 호주 대사 임명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정부·여당이 선거를 앞두고 민심이 나빠지고 선거에 불리하다고 판단해 급히 귀국시키는 것 같다. 이 대사가 한국에 들어온 것 자체가 핵심이 아니라 젊은 장병의 죽음을 밝히는 것이 핵심”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장 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이종섭 대사는 국기문란 사건의 핵심 피의자”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이 대사를 해임하고 출국금지 시켜야 한다”고 해임을 요청했다.

이종섭 주 호주 대사가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대사직 사퇴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여당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국민의 뜻을 어떻게든 좇아보려는 국민의힘의 뜻으로 이종섭 대사가 귀국했다”며 “아직 (수사) 준비가 안 됐다면 이것은 공수처와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정치질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여당 일각에서도 사퇴론이 제기됐다.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즉시 사퇴하고 민간인 신분으로 철저하게 수사받아야 한다”며 “계급장 떼고 수사받는 게 국민 눈높이”라고 전했다.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도 “공수처에서 속된 말로 해서 계속 안 부르고 질질 끌면 민심은 악화될 텐데 그러면 이것을 언제까지 계속 기다리느냐”며 “그럴 때는 이종섭 대사의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이 대사의 자진 사퇴를 언급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과 국방부 조사본부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의 포렌식 작업을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만큼 이 대사를 소환에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7일 이 대사를 4시간 동안 약식 조사했지만 실익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재외공무원 복무규정상 공무로 일시 귀국을 하게 될 때에는 체류 기한에 특정한 제한은 없다”며 “현재 이 대사의 복귀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