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노사, 단협 잠정합의…'공동협력의무'로 '협정근로' 대체

by한광범 기자
2019.06.13 15:40:37

이해진 1일 입장 이후 급진전…사측 "교섭과 무관"
협정근로자 대신 '서비스 운영에 노조 협조'로 타협
'이해진vs노조' 토론 가능성 희박…노조 "요구 철회"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협정근로자 지정 여부를 두고 8개월 넘게 극한 갈등을 겪었던 네이버(035420) 노사가 13일 단체협약에 잠정합의했다. ‘협정근로자 선제 합의’를 고수하던 사측이 강경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 결정적 합의 배경이 됐다.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은 13일 “네이버 법인이 리프레시 휴가 확대를 비롯한 단체협약 전문 포함 92개 조항에 대해 잠정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단협 잠정합의는 지난해 4월 네이버 노조 설립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잠정합의안은 지난 5~6일 진행된 15차 단체교섭에서 16시간 30분에 걸친 마라톤 논의를 통해 이번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양측은 15차 교섭 이후 잠정합의안 문구를 두고 1주일 넘게 추가 협의를 진행해 이번 잠정합의안을 발표했다.

핵심 쟁점이었던 ‘협정근로자 지정안’과 관련해 노사 양측이 한 발짝씩 양보하며 이번 합의가 이뤄졌다. 노조는 그동안 “노동 3권 제약”이라며 협정근로자 지정 요구를 강력 반발했지만 지난달 24일 교섭에서 ‘쟁의 중이라도 비상업무에 협조할 수 있다’는 수준의 양보안을 제시했다. 사측도 지난 5일 교섭에서 그동안의 요구에서 한발 물러나 노조의 양보안에 근거한 ‘공동협력의무’ 조항에 합의했다.

구체적으로 잠정합의안에 협정근로자 조항 대신 ‘노동권 존중을 전제로 네이버 서비스의 이용자들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협력’하는 ‘공동협력의무’ 조항을 넣기로 합의했다.

공동협력 의무대상은 ‘서비스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최소 수준을 정하는 것으로 회사가 우선해 유지하되 최소 유지에 부족할 경우 노조가 협력’하는 것으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쟁의가 벌어지더라도 ‘공동협력의무’ 조항에 따라 서비스 평균 13%는 업무를 하게 된다. 비조합원이 우선적으로 업무에 투입되지만 인력이 부족할 경우 노조가 협력하게 된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사진=방인권 기자)
사측은 지난해 10월 협정근로자 안을 처음 꺼내 든 후 “협정근로자 합의 없인 다른 논의를 할 수 없다”는 강경입장을 유지해왔다.



노조의 쟁의 돌입과 양보안 제시에도 꿈쩍하지 않던 사측은 지난 1일 이 GIO의 글이 올라온 후 진행된 5일 교섭에서 그동안의 요구안에서 한발 물러났다.

이 GIO는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노조의 ‘응답 요구’를 전격 수용하며 ‘생중계 토론’을 역제안하기도 했다. 당시 사측은 “이 GIO의 글은 ‘선배’로서 이야기한다는 것”이라며 “노사 교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잠정합의로 이 GIO와 노조의 토론 성사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쟁의 과정에서 요구한 ‘이해진이 응답하라’는 요구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밝혔다.

잠정합의안에는 △리프레시휴가 개선 △인센티브 지급기준과 주요 경영사항 설명 △배우자출산휴가 및 난임치료휴가 확대 △육아휴직 기간 확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운영 △기업의 사회적책무 △노조활동 보장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휴식권보장의 경우 “통상적인 업무시간이 아닌 퇴근 후나 휴가 사용자에 대한 업무 관련 연락이나 SNS 등을 통한 업무지시 등을 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에 노력한다”는 합의가 이뤄졌다.

네이버 사측은 이번 잠정합의 타결과 관련해 “오랜기간 동안 노사가 협의를 진행한 끝에 이번 합의를 이끌어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네이버 노조는 다음 주부터 조합원 설명회를 시작해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잠정합의에도 불구하고 아직 계열사(컴파트너스·NIT·NTS·NBP·라인플러스) 단체교섭은 근로조건 관련 조항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네이버 노조는 계열사 교섭이 끝나기 전까지 로비 농성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오세윤 노조위원장은 “네이버 법인이 인터넷업계 최초로 쟁의권을 갖는 등 진통 속에서도 결국 합의점을 찾은 만큼 현재 교섭 난항을 겪고 있는 계열사 교섭도 합의점을 찾길 기대한다”며 “네이버가 계열사 근로조건 개선과 노동권 존중을 위해 책임을 다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