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삼성·현대' 선례 따라 투자자 직접 설득나선다

by성문재 기자
2017.03.27 15:45:15

사무직 부·차장급 200명 TF 구성..채무조정 설득
조정안 가결 되도 소송 가능성 최소화할 수 있어
조건 수용 달갑지 않지만 거부시 예상손실 더 커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앞으로 3주간 회사의 생존을 걸고 채무 재조정에 총력을 다한다. 성공하면 채권단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 최소 내년까지 살아남을 수 있지만 실패하면 사실상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27일 대우조선해양(042660)에 따르면 지난주 사무직 부장·차장급 200명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이번 주부터 대우조선 회사채와 기업어음(CP)에 투자한 개인 채권자들에 대한 사전 접촉에 나선다. 기존 재무 담당 직원뿐만 아니라 영업·설계 등의 업무를 하던 간부들도 동원됐다.

2018년까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5조1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려면 이들 회사채·CP 투자자의 채무 재조정이 필수적이다. 이번 정부의 지원 방안은 무조건적인 자금 수혈이 아닌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고통분담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현대상선이 채무 재조정과 용선료 협상, 해운동맹 가입 등을 조건으로 자율협약에 들어갔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다음 달 21일 회사채 4400억원 만기를 앞두고 4월 17~18일 이틀간 총 1조3500억원 규모의 회사채에 대해 모두 5차례의 사채권자 집회를 연다. 채무 재조정안은 회사채 5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50%는 만기를 3년 연장한 뒤 3년간 분할 상환하는 조건이다. 개별 집회마다 채권액의 3분의 1 이상이 참석하고, 참석 채권액의 3분의 2가 동의해야 된다. 설득작업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30%의 회사채를 쥐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도 진행된다.

2000억원 규모의 CP는 별도의 재조정 절차나 기준이 없다. 대우조선 측이 투자자를 개별적으로 만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기한인 사채권자 집회가 열리는 4월 17~18일까지다.



업계 관계자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 조정이 가결되더라도 불복한 개인 투자자들이 결합해 소송에 나선다면 자금 집행이 지연되고 결국 대우조선에는 치명적인 결과가 있을 수 있다”며 “조정안 가결은 물론 이후 소송 가능성을 줄이는 차원에서라도 가능한 한 많은 투자자들의 동의를 받아 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 사채권자집회 일정(자료: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투자자 입장에서는 채무 재조정안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출자전환으로 신주가 대거 발행되면 대우조선의 주식 1주당 가치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온전한 가치를 다 인정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우조선이 계획대로 작고 탄탄한 회사로 탈바꿈해 3년 뒤부터 그나마 나머지 절반의 원금을 모두 상환할 수 있기만을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도 채무 조정을 거부해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이 가동되는 경우보다는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이 채무 재조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P플랜은 신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존 법정관리와 다르지만 궁극적으로는 법원이 채무를 강제로 조정할 수 있다. 법정관리시 법원이 통상적으로 90% 정도 채무를 강제로 탕감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앞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사채권자 집회에서도 투자자들이 강하게 항의했지만 표결에 들어가서는 동의했었다.

대우조선은 지난 24일 사채권자 집회 일정을 공시한 뒤 25일부터 관련 문의에 대응하기 위한 콜센터를 운영 중이다. 이번주부터는 내부 교육과 동시에 전국 각 지역의 채권자들을 직접 찾아가 회사의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동의 서명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합병 찬성표를 확보하기 위해 삼성물산 직원들이 직접 수박을 사들고 주주들을 방문해 설득 작업에 나선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번에는 회사의 존망이 달린 문제인 만큼 필사적인 설득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