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가계대출 줄었지만...저축은행·여전사 증가세

by서대웅 기자
2022.07.12 16:29:30

전금융권 8000억↓...반기 첫 감소
상호금융 제외 제2금융권 4조↑
DSR규제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지난 상반기 가계대출이 통계 작성 이래 반기 기준으론 처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 시중금리 상승이 맞물린 결과다. 하지만 상호금융을 제외한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증가세를 이어가며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서민들이 고금리 대출로 내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가 12일 발표한 ‘6월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전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8000억원 감소했다. 반기 기준 가계대출이 줄어든 것은 2015년 통계 집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반기별 가계대출은 2020년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36조4000억원, 75조8000억원,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엔 63조5000억원, 44조원 증가했었다.

다만 상호금융을 제외한 2금융권은 대출 증가세가 지속됐다. 보험과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대출은 4조원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12조3000억원)와 비교하면 증가폭이 크게 둔화했지만 2020년 상반기(6000억원)보단 확대했다. 올해 상반기 은행이 보합을 나타내고 2금융권 전체가 8000억원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올해 1월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서민들이 2금융권으로 밀려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까지는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6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리거나 1억원 초과 신용대출을 받는 경우에만 차주별 DSR 규제를 받았지만, 올해 1월부터 총대출금이 2억원을 넘는 차주로 규제 대상이 대폭 확대됐다. DSR은 연간 갚아야 할 원리금에서 연소득을 나눈 값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같은 돈을 빌린다면 소득이 낮을수록 규제를 강하게 적용받는다.

실제로 3개 이상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은행 다중채무자 비중은 2020년 말 71.2%에서 올해 5월 말 75.8%로 올랐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을 아예 이용하지 못하는 차주보단 은행에서 대출받은 후 모자란 돈을 2금융권에서 충당하는 차주가 늘어난 것 같다”며 “상호금융은 지난해 대출 증가율이 워낙 가팔랐던 탓에 올해는 늘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2금융권 대출 이용 시엔 높은 금리를 감내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5월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가중평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4.14%인 반면 저축은행은 13.14%에 달한다.

한편 6월 중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7000억원 늘어나면서 석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다만 증가폭은 4월 1조4000억원, 5월 1조7000억원에서 둔화했다. 주택담보대출이 2조8000억원 늘어나면서 전체 가계대출 증가를 이끌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2조1000억원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