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실패는 성공의 과정"…물러나는 김지형이 삼성에 남긴 것

by이준기 기자
2022.01.18 17:48:11

1기 삼성준법감시위 마지막 공식활동…준법경영 안착 거듭 강조
무노조 경영철폐·4세 승계 포기 등 적잖은 성과에도 아쉬움 묻어나
'새 도전' 맡는 2기 이찬희 위원장 앞날엔…지배구조 개편 과제

김지형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기업 컴플라이언스의 현황과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이데일리 이준기 김상윤 최영지 기자] “컴플라이언스(준법·Compliance)는 단순한 면피용이 아닙니다. 기업의 철학과 가치로 추구돼야 합니다.”

대법관 출신의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감시위) 위원장의 속내는 꽤 복잡하다. 2017년 말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 이후 흔들리던 삼성의 준법경영 안착 및 지배구조 새 틀 짜기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지만 정작 미완으로 남긴 채 후일을 후임인 이찬희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에게 넘기면서 생겨난 일종의 자괴감 때문일 터다. 김 위원장의 복잡한 속내는 18일 마지막 공식 활동인 ‘대기업 컴플라이언스의 현황과 개선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남긴 발언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실패의 경험은 성공의 과정이고 잘못에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그 경험은 나쁘지 않다”고 했다.



물론 김 위원장의 1기 준법감시위는 무노조 경영철폐, 4세 경영 승계 포기 등 굵직굵직한 성과가 적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복잡한 속내는 어쩌면 특유의 겸손함에서 불거졌을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재계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이날 김 위원장은 내달부터 2기 준법감시위를 총괄할 이찬희 신임 위원장과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생명·삼성전기·삼성물산·삼성SDS 등 7개 관계사의 준법경영담당 임원들 앞에서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하고 무엇보다 개별 회사든 그룹이든 최고경영자(CEO)의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며 “이를 구현할 조직이나 제도를 제대로 구축해야 하며 누가 하든 컴플라이언스 리스크를 세부적으로 유형화하고 유형별로 맞춤형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토론회엔 이봉의·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종근 한국지멘스 윤리경영실장, 강성부 KCGI 대표,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 박경서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등이 나와 총수를 포함해 CEO의 준법 의무를 감시할 수 있는 기업집단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CP)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설파하며 김 위원장을 측면 지원했다.

김 위원장이 못다 이룬 삼성의 준법경영 안착 및 지배구조 개편 과제는 이제 이찬희 신임 위원장의 몫이 됐다. “2년쯤 전에 위원회가 출범했고 아무도 걸어본 적이 없는 길이었고 새로운 도전이었다”는 김 위원장의 고민은 이제 이찬희 신임 위원장에게로 바통이 넘겨졌다. 이찬희 신임 위원장은 이날 “준법감시위가 독립성과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우리 사회와 기업의 준법경영 모델을 제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2기 준법감시위는 삼성이 조만간 공유할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지배구조 관련 연구 용역 등을 토대로 새 틀 짜기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재계의 시선은 사업지원(삼성전자)·금융경쟁력제고(삼성생명)·EPC(설계·조달·시공) 경쟁력강화(삼성물산) 등 사업부문별로 쪼개진 3개 태스크포스(TF)를 하나로 묶는 구상이 현실화할지 등에 쏠리고 있다. 삼성의 준법경영 및 지배구조는 재계의 모범사례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준법감시위는 삼성이 ‘준법 경영’을 강화하겠다며 2020년 2월 출범시킨 외부독립기구로, 매달 삼성전자를 비롯한 7개 관계사로부터 내부거래·인수합병·대외후원 등을 보고받는 한편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를 검토·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