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중재자 역할 고심…안보리서 "대화 모멘텀 유지 최우선"

by하지나 기자
2019.12.12 15:14:38

北 도발 자제 및 대화 촉구 속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 제기
미-중·러 의견 충돌에 대화 동력 유지 의지 재확인
"반목·불신으로 영구적 평화 달성 못해" 국제사회 지지 요청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하지나 이준기 기자] 11일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 및 추가 도발 가능성을 두고 미국의 요구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가 소집됐다.

이에 이해당사국으로 참석한 한국은 북한의 도발 자제를 촉구함과 동시에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뢰를 바탕으로 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했다. 교착 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중재자로서의 한국의 고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조현 유엔주재 대사는 1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현재로서는 어렵게 얻은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면서 “한국 정부는 어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대화와 협력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밝혔다.

조 대사는 특히 최근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대해 강력 경고하는 한편,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북한의 반복된 미사일 시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북한이 관련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고 이 프로세스가 구체적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미국 및 한국과 의미있는 대화에 참여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현재 북·미는 올해 연말 시한을 앞두고 강대강 대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가능성을 시사했고, 이에 미국은 유엔 안보리 회의를 소집하는 등 북미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북한 대응을 두고 미국, 중국·러시아간 엇갈린 입장을 보이며 충돌했다. 미국은 북한을 향해 ‘탄력적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 거듭 경고한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켈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우리는 싱가포르 합의를 향해 구체적인 조치를 병행적이고 동시적으로 취할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어떻게 접근할지에 있어 유연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핵과 미사일 시험은 북한에 안정을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고 경제적 기회를 성취하게 도와주지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장쥔 유엔주재 중국 대사는 “가능한 한 빨리 대북 제재 결의의 ‘가역(reversible) 조항’을 적용해 조처해야 한다”고 했고, 바실리 네벤쟈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상응하는 어떤 것을 제공하지 않은 채 어떤 것에 동의하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제약들을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로드맵을 마련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날 조 대사의 발언은 중재자·촉진자 역할에 대한 고민이 묻어났다. 북한에 강한 경고를 보내면서도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국제사회는 이 대화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협력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면서 “관련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는 가운데 북한이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인도적 지원을 포함, 유의미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한민국의 정부는 어떠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대화와 협력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면서 대화 재개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국제사회의 협조와 지지를 요청했다. 조 대사는 “한반도의 평화는 세계의 평화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반목과 불신으로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라는 목표가 결코 달성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