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 영특한 지혜로 위기 돌파"···금융권 토끼띠 CEO는

by유은실 기자
2022.12.29 18:08:45

이승열·안감찬·김용범·김기환 등 63년생 '대세'
은행·보험 모두 '재무통'···복합위기 극복 주목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예로부터 토끼는 영특하고 재빨라 지혜로운 동물로 여겨졌다. 특히 내년은 번영을 의미하는 ‘검은 토끼의 해’이지만, 우리 경제는 유례없는 불확실성과 고물가·고환율·고금리·저성장이란 복합위기에 놓여 있다. 금융권 ‘토끼띠’ 최고경영자(CEO)들이 만만치 않은 이 위기를 극복하고 내년 한해를 빛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왼쪽부터) 이승열 하나은행장 내정자, 안감찬 부산은행장,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 변재상 미래에셋생명 대표,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 최원석 BC카드 사장. (사진=각 사)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권 경영 일선에서 가장 활발하게 뛰고 있거나, 뛸 준비를 마친 CEO들은 내년 환갑을 맞는 1963년생들이다. 은행권에는 이승열 하나은행장 내정자(현 하나생명보험 대표)와 안감찬 부산은행장이 1963년 토끼띠다. 보험업계엔 변재상 미래에셋생명 대표, 김기환 KB손해보험대표,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 등이 꼽힌다. 카드업권엔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 최원석 BC카드 사장 등이 있다.

먼저 가장 주목받는 토끼띠 수장은 내년부터 하나은행을 이끌 이승열 하나은행장 내정자다. 하나금융그룹 내에서 대표적인 ‘재무통’인 그는 현장에서 쌓은 재무·영업 노하우와 리스크 관리 능력으로 금융 변동성 파고를 넘어, 영업력과 재무 건전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책을 맡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어려운 상황 속 재무 전문가인 이 내정자가 건전성·실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금융지주 순위에 지각변동이 발생하는 등 금융권 경쟁이 치열해져서다. 하나은행은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며 실적 면에서 우수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동안 굳건히 자리를 지키던 하나금융그룹은 상반기 기준 3위를 자리를 우리금융그룹에 내준 바 있다. 이에 계열사 중 맏형 격인 은행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현 하나생명보험 대표인 이 내정자가 은행장으로 ‘깜짝 발탁’된 것도 은행과 지주에서 리스크관리, 재무기획, 경영기획, 재무총괄 등을 두루 거치며 보여준 재무적·경영적 역량이 주효했다고 전해진다. 이를 위해 하나은행은 영업기능 확대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영업그룹은 3개의 그룹(중앙·영남·호남)으로 분리 신설했고, 자금시장그룹을 만들고 그룹 내 자금시장본부를 배속했다.

내년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라 회계상 큰 폭의 지표 변화가 예상되는 보험업권 CEO들은 각 사의 실적을 챙기는 것을 물론 내실을 한번 더 다져야 하는 공통의 과제를 안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도 알아주는 ‘재무 전문가’인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와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 모두 토끼띠이다.

KB금융지주에서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역임한 김기환 KB손보 대표는 취임 이래 순익을 대폭 끌어올렸다. KB손보의 올 3분기 누적 순익은 52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4% 급증했다. 일회성 이익인 부동산 매각익을 제외해도 35.3%의 성장을 이뤄냈다.



김 대표의 다음 과제는 ‘장기인보험 성장’ 그리고 ‘완전한 체질개선’으로 모아진다. IFRS17 제도 아래에선 장기보험이 회계상 ‘질 좋은 매출’로 실현되는 구조라, 그건 보험상품 포트폴리오상 약점으로 꼽혀왔던 장기인보험에 더 집중할 공산이 크다. 김 대표는 올해 장기인보험 중 하나인 어린이보험 상품을 출시하며 시장 내 영향력을 키워왔다.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도 대한생명 증권부, 삼성화재 자산운용실, 삼성투자신탁운용 채권팀, 메리츠종금증권 CFO 등을 거쳐 금융권 전반에서 활약해 온 ‘재무통’이다. 메리츠화재에 합류한 2015년 이래 매년 최대실적 경신해왔다. 올 3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8.6% 증가한 2607억원을 달성하며 또다시 분기 기준으로 최고 실적을 냈다.

김용범 대표는 올해 메리츠화재 100주년을 맞아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업계에 메리츠화재의 존재감을 확인시킨 ‘장기보험’서 1등을 달성하고, 당기순익과 시가총액에서도 1위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메리츠화재는 올해 메리츠금융지주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되는 큰 변화를 겪었다. 메리츠금융지주가 금융시장과 미래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겠다며 계열사를 한곳에 모으는 ‘원메리츠’ 체제를 만들었다. 업계는 김 대표가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고 워낙 다양한 시도를 해온 인물인 만큼, 내년 원메리츠 안에서도 혁신가로서의 면모를 톡톡히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드업계에도 토끼띠 CEO는 적지 않다.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과 최원석 BC카드 사장이 대표적이다. 이들 모두 기준금리 상승에 따라 나타난 조달금리 상승과 수익률 둔화라는 과제를 풀어야 하는 지상과제를 받았다. 내년에도 기준금리 인상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수익 방어에 방점을 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삼성금융계열사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유임된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은 지난 2020년부터 삼성카드를 이끌고 있다. 카드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조달금리 상승 속 양호한 실적으로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카드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익은 1년 전보다 8.3% 성장한 4565억원을 기록했다.

구현모 KT 대표가 영업한 최원석 사장은 지난해 3월부터 BC카드를 이끌어왔다. 당초 연임에 ‘파란불’이 켜졌다는 분위기가 짙었으나, 최근 국민연금이 구현모 대표의 연임에 제동을 건 만큼 업무를 이어갈 가능성에 대한 판단도 유보된 상태다.

최 사장은 신사업 발굴 등을 통한 수익다각화에 집중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중소 카드사에 결제망을 제공하던 사업뿐 아니라 자체 결제망을 구축하면서 사업 다각화에 첫 단추를 끼운 인물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BC 자체 발급카드인 ‘바로카드’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결제사업 해외 협력사로 선정되는 등 해외 영역 확장에도 공을 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