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규제쇼크에 시총 12조 증발…알리바바 꼴 나나

by김윤지 기자
2021.09.08 16:40:23

당국 규제·여당 저격에 10% 안팎 급락
外 물량 폭탄, '개미' 2종목 1조원 순매수
"단기 변동성 커져도 장기 방향성 못바꿔"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대표 인터넷 종목인 NAVER(035420)와 카카오(035720)가 ‘규제 쇼크’에 급락했다. 하루 만에 각각 시가총액 5조7000억원, 6조9000억원이 증발하면서 코스피 지수까지 끌어내렸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쏟아낸 물량을 개인 투자자들이 받아내면서 하방을 지지했다.

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하루 NAVER는 전거래일 대비 3만5000원(-7.87%) 하락한 40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카카오는 1만5500원(-10.06%) 하락한 13만8500원으로 마감했다. 급기야 카카오는 시가총액 4위 자리를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에 내주면서 시가총액 5위로 밀려났다.

외국인 수급이 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이날 하루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카카오로, 4323억원치 내다팔았다. 그 뒤를 NAVER(-2288억원), 카카오뱅크(323410)(-696억원)가 이었다. 저가 매수 기회라 판단한 일부 개인 투자자가 이를 그대로 받았다. 이날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1위는 카카오(6233억원)였다. NAVER(3508억원), 카카오뱅크(637억원) 등도 사들였다.

투심 악화 배경으로 금융 부문에 대한 규제가 지목된다. 전날 금융당국은 핀테크 업체가 소비자에게 금융상품을 소개하는 영업 행위의 대부분을 ‘광고’가 아닌 ‘중개’로 해석했다. 이에 오는 24일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결제서비스 핀테크 기업들은 문제가 된 서비스를 대폭 수정하거나 일시 중단해야 한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가 새로운 이슈는 아니지만 시장은 가시적인 제재로 해석한 것이다.



제공=마켓포인트
맞물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플랫폼 대기업의 독과점을 우려했다. 전날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송갑석·이동주 의원과 함께 개최한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 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근절 대책 토론회’에서 “2015년 45개였던 카카오그룹 계열사는 2020년 118개로 증가했다”며 “카카오 성공 신화의 이면에는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 시장 독점 후 가격 인상과 같은 시장 지배의 문제가 숨어있다”고 지적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입점 업체에 대한 지위 남용과 골목 시장 진출, 서비스 가격 인상 시도까지 카카오의 행보 하나하나가 큰 우려를 낳고 있다”며 “민주당은 이러한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비판했다.

현재 국회에는 NAVER,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총 7개 법안이 계류됐다.

투자자들은 중국 대형 플랫폼 기업들 사태가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의 당국 공개 비판, 이른바 ‘설화’(舌禍) 사건 직후 알리바바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의 상장이 전격 취소됐다. 이후 중국 당국은 반독점, 반(反)부정경쟁, 금융 안정, 개인정보 보호, 국가 안보 등 각종 명분을 앞세워 자국 테크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그 결과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지난 6개월간 20% 안팎으로 하락했다.

증권가는 규제 이슈가 두 종목에 미치는 영향은 차이가 있을 것으로 봤다. 금융의 경우 카카오페이의 2020년 투자 및 대출/보험의 매출 비중은 22.7%이나 아직 네이버는 관련 매출 비중이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페이의 미래 핵심 경쟁력인 빅데이터를 통한 다양한 금융상품의 판매 및 중개가 더 이상 불가능해지고, 디레이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다소 과도하다”면서 “네이버페이 및 카카오페이 등에 대해 시장에서 부여하고 있던 기업가치는 10조원~15조원 수준”이라고 짚었다.

다만 속도의 문제일뿐 방향성엔 변화가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금융 당국의 속도 조절로 인해, 플랫폼 기업들의 금융업 추가 진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도 “대형 플랫폼 기업들은 이제 모아 놓은 고객들을 기반으로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으며, 그 동안 지급결제, 송금 등의 핀테크 비즈니스를 하면서 금융에 경쟁력이 생겨 장기적으로 플랫폼 기업들의 금융업 진출은 필연적”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