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대란’에 고공 성장한 해운업계, 내년에도 웃을까

by박순엽 기자
2021.12.27 18:15:29

HMM, 올해 영업익 6.8조원대 전망…역대 최대
글로벌 물동량 증가로 ‘해상운임’ 오른 영향
SCFI 2009년 10월 집계 이후 역대 최고치
내년 상승세 이어질듯…美항만 노사 협상 등 변수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국내 해운업계가 10여년 넘게 지속된 불황의 터널을 지나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물동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운송 수요를 공급이 감당하지 못하는 이른바 ‘물류대란’이 일어났고 이에 따라 해상운임이 대폭 올랐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올해 실적 상승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운임 안정세가 변수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글로벌 교역 회복세가 항만 혼잡 야기

27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가 전망한 HMM(011200)의 올해 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실적 전망 평균치)는 전년 동기 대비 283.5% 증가한 2조1746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3분기까지 4조6790억여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HMM은 올 한 해 7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고공 성장이 가능한 이유는 지난해 말부터 해상운임이 강세를 띠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급격하게 얼어붙었던 글로벌 교역은 미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보복소비 등에 힘입어 회복세로 돌아섰다. 이후 급격하게 증가한 운송 수요를 글로벌 공급망이 감당하지 못하면서 미국 서부 등 일부 항만의 혼잡 상황이 시작됐다.

이는 곧 아시아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 박스 부족과 실질 선복량 감소를 불러오면서 공급망 혼란이 전 세계로 퍼지는 계기가 됐다. 이 여파로 지난해 11월부터 모든 항로의 운임이 동반 상승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지난 3월 수에즈 운하 좌초 사고, 지난 8월 중국 닝보항 폐쇄 등 글로벌 공급망에 부담을 주는 대형 사건들이 연달아 터지며 운임 상승을 가속화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공급 증가율은 4.3%로 평년과 비교해 낮지 않은 수준이었지만, 선적지·운항거점·도착지에서 나타난 정체 현상들이 선박 회전율을 저하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델타·오미크론 등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유행도 운임 상승을 부추겼다.



이에 따라 중국 상하이항에서 출항하는 컨테이너선 15개 항로의 단기(spot)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4일 기준 4956.02로 2009년 10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벌크선을 주력으로 하는 팬오션(028670)도 운임 상승에 힘입어 지난해의 2배가 넘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3분기 각각 1000억원 이상의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팬오션은 올 4분기에도 1850억원을 영업이익으로 거둘 전망이다.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38.9% 증가한 5380억원 수준이 예상된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내년 항만 혼잡 해결 여부 최대 관건

업계에선 해운업계의 내년 실적세가 물류대란과 해상운임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항만 혼잡’ 현상의 해결 여부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주요 항만의 혼잡이 풀리는 등 글로벌 공급망이 정상화되면 10~20%의 선복 증대 효과가 발생해 해상운임이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항만 노동자 단체인 국제항만창고노동자조합(ILWU)과 항만 운영사 단체인 태평양해사협회(PMA) 간 노사 협상 등은 내년 글로벌 공급망 정상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미국 항만 노사 간 계약이 내년 7월 만료돼 신규 협상이 진행될 예정”이라며 “2014년 협상 결렬과 파업으로 미주 운임이 폭등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