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주거비에 허리 휘고 고소득층 소득증가에도 지갑 닫아

by김형욱 기자
2019.04.25 12:24:03

통계청 2018년 가계동향조사 지출부문 결과
가구당 월평균 254만원 지출…전년 0.8%↓
하위 20% 지출 늘었으나 월세부담만 가중
저출산 고령화에 교육지출 감소…오락·문화는 증가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당 소비지출이 전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와 그에 따른 소득 부진에 대부분 가구가 허리띠를 졸라멨다. 저소득층 지출은 소폭 늘었으나 늘어난 월세 등 주거 부담 때문이었고 고소득층은 소득 증가에도 지갑을 닫았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18년 가계동향조사 지출부문 결과를 보면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53만8000원으로 2017년(255만7000원)보다 0.8% 감소했다. 1년 새 물가가 1% 이상 오른 걸 고려하면 실질적으론 2.2% 줄었다.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 항목별 전년대비 증감률. 맨 왼쪽 항목이 전체 소비지출 증감이다. 통계청 제공
주요 항목 지출이 모두 줄었다. 전체 소비지출의 14.4%를 차지하는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36만7000원)는 곡류 가격 인상에 전년보다 1.8% 늘었으나 물가 인상분을 고려하면 오히려 1.0% 줄었다.

음식·숙박(35만원)도 1.3%(실질 4.2%) 감소했다. 교통(34만9000원) 역시 5.5%(실질 7.7%) 줄었다. 의류·신발(15만2000원)이나 교육(17만3400원), 기타 상품·서비스(19만2000원) 등의 감소 폭도 컸다. 보건(19만1000원)이나 오락·문화(19만2000원), 가정용품·가사서비스(11만7100원) 지출은 늘었으나 전체 감소 흐름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소비지출 감소는 소득 정도나 가구주 연령, 가구원 수와 무관하게 전반적으로 나타났다. 소득 정도별로 봤을 때 100만원 미만 저소득 가구부터 700만원 이상 고소득 가구까지 전반적으로 감소 흐름이었다. 500만~600만원 구간 가구의 지출액(334만900원)만 0.4% 늘었다.

2018년 가구당 평균 지출목적별 소비지출 비중. 통계청 제공
가구주 연령대별로도 60세 이상(186만원)이 2.7%, 40대(319만3000원)이 0.8% 늘었을 뿐 나머지는 모두 줄었다. 가구원수별로도 1인 가구(142만원)가 3.4%, 4인 가구(371만7000원)가 0.5% 늘었으나 2인 가구(220만원)와 3안 기구(307만5000원)는 각각 1.0%, 0.8% 감소했다. 5인 이상 가구(415만6000원)도 1.0% 줄었다.

지난해 가구 소득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탓에 지갑을 닫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상영 통계청 사회통계국 복지통계과장은 “1인 가구를 포함한 지난해 가구소득이 감소하면서 지출이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평균 가구원수가 지난해 2.46명에서 2.43명으로 소폭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령화도 일부 영향을 줬다. 교육 지출 17만3000원으로 1년 새 7.9%(실질 9.2%) 감소한 게 대표적이다. 박 과장은 “우리나라는 교육 열의가 높아서 소득수준을 줄였다고 교육 지출을 쉽게 줄이지 않는다”며 “저출산으로 학령기 자녀를 둔 가구비중 자체가 줄어든 영향이 빠르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 2018년 가계동향조사 지출부문 결과 주요 내용. 통계청 제공
저소득층의 소비지출 감소폭이 고소득층보다 상대적으로 적었다. 소득 하위 20%(1분위)를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소비지출 총액이 115만7000원으로 오히려 0.9% 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의 지출 여건이 나아졌다기보다는 월세 같은 필수 지출항목이 늘어난 측면이 컸다. 1분위 가구의 주거·수도·광열 지출은 23만6000원으로 8.6% 증가했다. 그 중에서도 월세 등 주거비(13만1000원)는 전년보다 21.5% 늘었다.

통계상으론 고소득층도 지갑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층 가구는 지난해 소득이 상대적으로 많이 늘었던 걸 고려하면 이례적 결과다. 가계소득 700만원 이상 가구의 지난해 월평균 지출은 459만5000원으로 1년 새 2.3% 줄었다. 소득 상위 20%(5분위)의 소비지출도 428만3000원으로 1.1% 줄었다.

그러나 면접을 통해 이뤄지는 통계 조사인 만큼 고소득층 소비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민간소비 지표는 상승했다.

박 과장은 “고소득층 소득이 늘었음에도 왜 이들의 소비지출이 줄었는지는 명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통계 조사 과정에서 고소득가구의 소비지출을 충분히 포착하는 데 한계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