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파면]환호한 촛불 "주권자 승리" VS 망연자실 태극기 "저항권 발동"

by이승현 기자
2017.03.10 12:47:55

촛불집회 시민들, 선고 후 얼싸안고 자축..'기차놀이'도
태극기, 땅바닥 주저 통곡..일부 실신하고도
태극기 측, 취재진 향해 폭언 폭행

헌법재판소가 10일 재판관 8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리자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주최 집회 참가자들이 안국역 로터리 인근에서 기차놀이를 하며 자축하고 있다. (사진=김무연 기자)
[이데일리 사건팀] “우리가 승리했다”(촛불) vs “정의가 사라졌다”(태극기)

헌법재판소가 10일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리자 안국역 인근에서 탄핵 찬반 집회를 주최하던 양측의 표정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대형 스크린 화면으로 생중계를 지켜보던 이들의 얼굴에는 환호와 탄식이 교차했다. ‘탄핵 인용’을 촉구해 온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일렬로 서 ‘기자놀이’를 즐기며 자축한 반면 ‘탄핵 기각’을 주장한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망연자실했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전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 인근에서 TV 생중계를 지켜보다 20여분 뒤 ‘피청구인 파면’ 결정이 나오자 일제히 “우리가 승리했다. 이제는 구속이다”며 함성을 질렀다.

집회에 참가한 이들은 길거리에서 꼬깔모자를 쓴 채 장난감 나팔을 불고 기차놀이를 하며 마음껏 ‘승리’를 자축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청와대로 가자”고 외쳤고 만세 삼창을 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최종진 퇴진행동 공동대표는 “헌재의 정당한 탄핵 판결을 환영한다”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다시 태어났다”고 말했다. 권영국 퇴진행동 법률팀장은 “헌법과 법률의 엄중함으로 국민 여러분이 역사를 세웠다”고 평가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헌재의 ‘파면’ 선고를 듣고선 눈시울을 붉혔다. 다만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해 헌재가 탄핵소추 사유로 인정하지 않은 데 아쉬움을 나타났다.

유경근 세월호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왜 세월호만 안 됩니까. 내 새끼 우리애들 왜 죽었는지 왜 죽였는지 그거 하나만 알면 됩니다. 제발 알려주세요”라며 울먹여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탄핵 기각·각하를 주장해 온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 측은 그야말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이들은 11시부터 생중계 된 선고 방송조차 보지 않고 헌재를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이들은 “탄핵 각하”를 반복해 외쳤지만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면 결정이 내려지자 크게 당황했다. 태극기를 두른 한 중년여성은 길바닥에서 통곡했고 분을 삭이지 못하고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는 참가자도 있었다.

특히 일부 참가자들은 취재진을 향해 “기자들 다 죽여야 한다”며 폭언을 내뱉거나 폭행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헌재 결정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뜻도 시사했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정의가 사라졌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으니 국민 저항권을 발동하겠다”고 주장했다. 탄기국 측은 “국민 대통령 박근혜의 누명을 벗기겠다”며 향후 투쟁의지를 밝혔다. 이들은 “헌재를 불태우자”며 헌재 쪽으로 이동하려고 하지만 경찰의 차벽과 병력에 막혀 쉽게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서울 전역에 271개 중대 2만 1600여명의 대규모 경비병력을 투입해 철통 경비에 나섰다. 헌재 주변에만 57개 중대 4600여명을 배치한 상태다.

헌법재판소가 10일 재판관 8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을 하자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주최 집회에 참가한 한 중년 여성이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고준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