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로그 찍고, 노래 부르고’…MZ세대 사원 맞이하는 기업들

by박순엽 기자
2022.03.28 16:12:06

직원 등장해 회사 소개하는 ‘브이로그’ 인기
인터뷰·패러디 등 여러 회사 소개 방법 선봬
취준생 관심 끌면서 기업 이미지도 개선 효과
기업들 “오프라인 전시회·설명회보다 효과적”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제가 마음껏 질문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잘 만들어주셔서 거침없이 질문하고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최근 진행된 신입사원 채용에 맞춰 삼성SDI(006400) 사내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신입사원의 ‘브이로그’(V-log·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콘텐츠). 이 영상엔 입사 1년이 채 되지 않은 신입사원이 직접 일과를 소개하면서 입사 이후 업무·생활에서 느낀 점을 가감 없이 말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해당 사원은 브이로그를 통해 회사 동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소개하며 “아침도 회사에서 주고, 점심·저녁도 챙겨줘서 입사한 지 5개월 만에 5kg이 쪘다”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브이로그 말미엔 월 1회 오후 5시 전 업무를 마무리하는 사내 복지 프로그램인 ‘패밀리데이’를 활용해 개인 운동을 하는 모습을 담기도 했다.

신입사원의 브이로그를 게시한 삼성SDI의 유튜브 채널 (사진=유튜브 갈무리)
직접 일과 보여주며 회사 소개…‘취준생’에게 인기

국내 대기업들이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의 문을 열면서 이처럼 직원들이 직접 회사·직무 소개에 등장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회사나 직무를 소개하는 지루한 설명글에서 벗어나 회사 생활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보면서 회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어 이러한 영상을 찾는 취업준비생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기업들도 취업준비생들의 관심을 끌고자 입사 1~2년 차 사원들을 내세워 재치 있는 회사 소개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주로 취업을 준비하는 20대의 감수성에 맞춰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브이로그부터 인터뷰, 패러디 영상 등 기업들이 제작하는 콘텐츠 형태도 다양하다.



삼성SDI는 신입사원뿐만 아니라 개발자·엔지니어·인사담당자 등 회사 내 여러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의 브이로그를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여기엔 임원·‘워킹맘’ 등 다양한 상황에 놓인 직원들의 얘기가 등장한다. LG화학(051910)과 현대오일뱅크 등도 채용 부문별 직원들의 회사 생활을 볼 수 있는 영상을 채용 홈페이지에서 제공하고 있다.

신입사원들이 직접 출연한 GS칼텍스의 유튜브 영상 (사진=유튜브 갈무리)
현대제철(004020)과 GS칼텍스는 직원들이 출연해 회사 생활을 소개하는 이른바 ‘토크쇼’ 형태의 콘텐츠를 제작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취업한 사원들이 출연해 취업준비생 사연을 듣고 구직 시 준비해야 하는 사항 등을 조언하는 GS칼텍스의 한 유튜브 영상은 회사 채널 구독자의 2배가 넘는 이들이 시청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캐릭터·블로그 이용 등 콘텐츠 다양…기업들 “효과 좋아”

포스코(005490)는 최근 제작한 회사 대표 캐릭터 ‘포석호’를 내세웠다. 철강 사업 특유의 딱딱한 이미지를 상쇄하면서 취업준비생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려는 시도다. 포석호는 젊은 세대들이 즐겨보는 유명 유튜브 콘텐츠를 패러디한 영상에 등장해 노래를 부르며 채용 공고를 소개하고 가상 토크쇼 영상에서 취업준비생들을 대신해 연봉·자기소개서 관련 질문을 던진다.

회사 대표 캐릭터 ‘포석호’가 등장한 포스코의 채용 소개 영상 (사진=포스코 유튜브 갈무리)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자체 블로그를 활용하고 있다. 블로그엔 지난달 진행한 신입사원 인터뷰와 각 부서에서 일하는 새내기 직원들의 하루 삶을 정리한 일과표를 공유해 취업준비생들이 회사 생활을 엿볼 수 있도록 했다. 다음 달 3일까지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LX인터내셔널(001120)도 회사 블로그에 채용 담당자의 브이로그와 신입사원의 인터뷰 영상을 올려 뒀다.

기업으로선 이러한 콘텐츠들이 회사에 대한 취업준비생들의 관심도를 높이면서 대중적으론 기업 이미지를 더욱 친숙하게 바꿔놓으리라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 기업 관계자는 “취업준비생이 다시 고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회사를 친절하게 소개하려고 한다”며 “공채 시기엔 콘텐츠 조회 수도 늘고 ‘도움이 됐다’며 댓글을 쓰는 취업준비생들도 간혹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취업준비생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사내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추천받아 영상·게시물 등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며 “잘 만든 콘텐츠 하나가 대규모 채용 전시회나 대학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여는 설명회보다 훨씬 인재를 모으는 데 효과가 좋아 기업들이 관심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