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증권사 찾아 줄섰어요"…SKIET 청약열기 후끈

by이지현 기자
2021.04.26 17:07:10

지점 신규계좌 일일 한도에 새벽 줄서는 진풍경 연출
"놀면 뭐하나, 용돈이라도 벌자"
5곳 신규 계좌 만드는 나만의 방법 등도 공유
공모가 10만5000원…'따상' 1주 수익 16만800원
수요예측 사상 경쟁률 최대

[이데일리 이지현 유준하 기자] “놀면 뭐해요. 이렇게 발품이라도 팔아서 용돈이라도 벌어야지.”

26일 서울 여의도 미래에셋증권(006800) 투자센터에서 만난 황정승(76)씨는 아내와 함께 신규 계좌를 만든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황씨는 “주변 친구들이나 자녀들에게도 계좌를 만들라고 하고 있다”며 “1주만 가져도 10만원 이상은 벌 수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공모청약이 28일로 다가오자 신규 계좌를 만들려는 이들의 발걸음이 기업공개(IPO) 참여 증권사로 이어지고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비대면 계좌 개설도 활용 가능하지만, 휴대폰 사용이 어려운 고령층과 짧은 기간 복수계좌를 만들려는 이들, 자녀 이름으로 계좌를 개설하려는 이들이 증권사 객장에 몰리며 증권사의 일반 업무는 마비 상태다.

26일 서울 여의도 미래에셋증권 투자센터에서 신규계좌 등을 만들기 위해 개인투자자들이 대기하고 있다.(사진=이지현 기자)
청약 열기에 증권사 앞에서 잠 못 이루는 밤

SKIET는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를 있는 대어급 IPO인데다 전기차 2차전지 관련주라는 프리미엄이 더해지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공모가가 이날 10만5000원으로 확정되면서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 형성 후 상한가)’ 성적만 기록하더라도 16만8000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 현장에서 느껴지는 청약 열기는 SK바사 때 이상이었다.

지난 22일과 23일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은 1883대 1을 기록했다. 이는 코스피와 코스닥을 통틀어 IPO 수요예측 역대 최고 경쟁률이다. 일정 기간 동안 주식을 팔지 않기로 하는 의무보유 확약 비율도 63.2%를 기록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다수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은 6개월 이상 주식을 매도하지 않겠다는 의무 보유 확약 기간을 제시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현재 대표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 공동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 맡고 있다. SK증권과 삼성증권(016360), NH투자증권(005940)은 인수단으로 참여하고 있다. 가장 많은 배정물량을 확보한 미래에셋도 많은 사람이 신규 계좌를 만들고자 찾고 있었지만, SK바사 공모청약 당시 최저경쟁률을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많은 주식을 나눠준 SK증권의 경우 입소문이 나며 새벽부터 신규계좌 개설자들이 몰리고 있었다.



SK증권 본사에 있는 여의도PB센터는 오전 10시임에도 객장에 발도 들여놓지 못하고 돌아서야 하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 2층 객장 입구가 있는 1층 계단에 ‘당일 계좌 개설 가능 수량이 모두 소진돼 마감했다’는 안내문이 붙어서다. SK증권은 객장별로 하루 개설 가능 계좌수를 30개로 제한하자 새벽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이날 새벽 1시30분에 도착한 개인투자자는 새벽 5시 건물 문이 열리며 내부에 진입했고 오전 8시 배포하는 번호표를 받고서야 안심했다는 후문이다.

SK증권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법 시행으로 계좌개설이 30분 이상이 소요돼 당일 계좌 개설 가능 수량을 정한 것”이라며 “창구업무인력을 모두 신규 계좌 개설에 투입했음에도 투자자들이 호적등본까지 가져와 가족수 만큼 계좌를 만들고 있어 다른 업무는 마비 상태”라고 설명했다.

SK증권 여의도PB센터에 신규계좌 소진 안내문이 붙어있다.(사진=이지현 기자)
계좌를 만들러 왔다가 객장입구에도 못 가본 이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60대 여성이 “언제 다시 오면 번호표를 받을 수 있냐?”고 묻자, SK증권사 관계자는 “28일부터 한가해질 것 같다”는 답을 내놨다. 하지만 SK증권은 청약 당일 개설한 계좌로는 공모 청약을 금지하고 있다. 결국 SK증권에서 SKIET를 청약하려면 신규 계좌개설은 27일이 마지막인 셈이다.

오주헌(43)씨는 “새벽에 나와서 번호표를 받고 출근하는 사람들 얘기를 들었다”며 “SK증권에 청약하려면 27일이 마지막인데 아침에 얼마나 빨리 나와야 번호표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다른 증권사로 향했다.

카카오뱅크 연동하면 비대면 계좌 개설 가능

주식 관련 블로거 등은 짧은 기간 안에 복수 계좌 만드는 방법 등을 공유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현재 5곳의 IPO 참여 증권사 중 20일 내 추가 개설 제한에 걸리는 곳은 한국투자증권과 SK증권, NH투자증권이다. 이들 증권사는 대면 계좌개설만 가능하다. 하지만 카카오뱅크 계좌 연동방법을 활용하면 20일 제한에 걸리는 SK증권을 제외한 한투와 NH투자증권의 계좌를 만들 수 있다. 단, 이미 20거래일 안에 다른 계좌를 텄다면 카카오뱅크 가입이 불가해 연동계좌 활용이 어렵다.

다른 블로거는 가장 많은 수량 받는 법을 공유하기도 했다.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의 경우 인지도가 높아 많이 이들이 청약에 몰리면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1주 받기도 어려워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청약물량이 가장 많은 미래에셋증권이나 상대적으로 청약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SK증권에 승부수를 띄우는 것을 추천했다.

이같이 공모청약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 대해 최성환 리서치알음 대표는 “지난해 IPO 광풍과 올해 상황이 하나도 변한 게 없다”며 답답해했다. 특히 ‘따상’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에서 시작해 상한가를 가는 구조 자체가 투자자들을 선동하는 느낌”이라며 “가격제한폭이 없게 시작한다든지, 기준가격 자체를 티어(tier) 종목들을 바탕으로 제대로 산정하는 절차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