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검사체계 개편…종합·부문→정기·수시체계 도입(종합)

by박철근 기자
2022.01.27 15:23:55

이찬우 수석부원장 “검사체계 약화 아닌 강화하는 것”
사후적 제재→사전예방 기능강화에 촛점
‘먼지털이’식 종합검사 대신 업종·규모별 검사 범위 차별화
경영실태평가제도도 업종별 특성에 맞게 정비

[이데일리 박철근 서대웅 기자] 금융감독원이 현재 시행 중인 종합·부문 검사체계를 폐지하고 정기·수시검사체계로 개편한다. 특히 사후검사를 통한 징계보다는 사전예방적인 감독 강화를 위해 각 금융회사에 소통협력관을 지정·운영해 금융감독당국과 금융회사간 소통을 강화키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27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검사·제재 혁신방안’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이찬우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이날 은행회관에서 금융지주·은행·보험 등 20개 금융회사의 상근감사 등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그동안 금감원 검사가 사후적 제재 위주로 운영한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실효성 있고 균형 잡힌 검사·제재로 변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고 검사체계 개편배경을 설명했다.

이찬우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사들과의 ‘검사 및 제재 혁신 방안’ 간담회에서 검사·제재 체계 개편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금융감독원)


업종·회사 규모별로 검사 주기·범위 차별화

우선 기존의 종합·부문검사 체계를 금융업종이나 회사 규모 등에 따라 검사의 주기와 범위 등을 차별화해 정기·수시검사체계로 운영한다.

종합검사는 2015년 진웅섭 전 금감원장 당시 금융사 자율성 확대를 기치로 단계적으로 폐지됐다가 2018년 소비자 보호를 내건 윤석헌 전 금감원장 때 부활했다. 하지만 소위 ‘먼지털이식’이라는 금융회사들의 불만이 많았던 점을 고려한 조치로 다시 검사체계를 변경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정기검사는 일정 주기로 실시하면서 시장영향력 등이 큰 금융회사는 검사주기를 상대적으로 짧게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금융 및 경제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시중은행의 경우 2년 내외, 상위 보험회사는 3년 이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등은 4년 내외 식으로 검사주기를 정하는 식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검사기능이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수석부원장은 “사전 예방 기능을 하면서 금융회사와 수시로 대화하면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감독당국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며 “발견한 문제점 등에 집중적으로 인력을 투입하면 오히려 검사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사전예방감독을 통해 축적한 자료를 바탕으로 검사하기 때문에 검사 범위는 오히려 많아질 것”이라며 “과도한 재량적 검사는 지양하더라도 금융사에 있는 문제는 모두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시검사는 지금처럼 금융사고가 발생하거나 소비자보호·금융위험 등 특정사안이 발생할 경우 실시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정기검사의 경영진단 기능을 높이기 위해 경영실태평가제도를 업종별 특성·위험에 맞는 체계로 정비할 것”이라며 “사전 위험 예방기능을 강화하고 종합검사 대상으로 지정되는 것만으로 문제 있는 금융회사라는 인식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사별 대관 담당자 지정 공식화

금감원은 이번 개선방안 중 하나로 금융회사와 일원화한 공식정보 채널로 ‘소통협력관’을 지정키로 했다. 소위 금감원을 담당하는 ‘대관(對官)’ 담당자를 공식적으로 두는 셈이다. 금감원은 “소통협력관과 원내·외 업무미팅을 공식화해 금융현장의 흐름을 적시에 파악토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금융회사에 자체감사를 요구하는 ‘자체감사 요구제도’(가칭)를 도입·시범 실시키로 했다. 자체감사 결과를 금감원은 원칙적으로 수용하지만 부실감사로 판명날 경우 직접 검사하는 방식이다.

이 수석부원장은 “금융회사 자체적인 내부통제 자정노력을 강화해 사후처방과 사전예방 기능이 조화를 이루는 검사환경으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자료= 금융감독원)
경영진 면담 탄력 운영·금융사 소명 검사국장이 직접 청취

검사 과정에서 지적예정사항을 검사를 받은 회사에 명확히 수검회사에 명확히 전달하고, 수검회사도 이를 충분히 인식·소명할 수 있도록 경영진 면담과 검사의견서 제도를 개선한다.

이에 따라 기존에 검사종료 전에 실시하던 경영진 면담을 검사종료 전후에 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특히 다수 임직원을 대상으로 강평방식으로 하던 경영진 면담은 폐지한다.

특히 검사국장이 필요시 중립적 시각에서 조치대상자 등의 소명을 직접 청취할 수 있는 절차를 도입해 의견대립이 첨예한 부분에 대해 검사받는 회사의 목소리를 좀 더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검사결과 처리방향 논의를 위한 내부 협의체를 운영해 신중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도모하겠다고 금감원은 전했다.

금감원은 이날 발표한 검사·제재 혁신방은은 올해 검사업무 운영계획에 반영·시행하고 관련 제재규정 및 시행세칙 등은 금융위와 함께 올해 1분기 내에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