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거리두기'에 지쳤다…슬슬 집밖으로 나오는 사람들

by박순엽 기자
2020.04.17 17:35:19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 분석…번화가 인구 증가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 장기화에 조금씩 늘어나
서울시의 영업 중지 명령에 유흥가 발길은 '감소'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이 길어지자 서울 시내 번화를 찾는 인구가 다시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거리 두기에 피로를 느낀 이들이 차츰 외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서울시가 시내 유흥업소에 영업 정지 명령을 내리면서 클럽과 유흥주점 등이 모인 유흥가를 찾는 인구는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 거리가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가 17일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지난 4주간 서울 주요 번화가의 주말 저녁 시간대 생활인구는 이달 들어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에 따르면 20·30대들이 즐겨 찾는 홍대 앞(마포구 서교동)의 지난달 20일(금요일) 기준 오후 8~10시 평균 생활인구는 8만6410명이었지만, 1주일 뒤인 27일엔 8만4564명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번화가로 나오는 사람들은 이달 들어 점차 늘어났다. 홍대 앞 생활인구는 지난 3일 같은 시간대엔 8만5234명, 10일엔 8만5961명으로 연이어 증가했다. 6일 정부가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연장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크게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러한 현상은 회사 건물과 식당·술집이 모인 종로 인근(종로구 종로1·2·3·4가동)에서도 비슷하게 관찰됐다. 이 지역의 3월 20일 오후 8~10시 평균 생활인구는 4만6380명이었으나 일주일 뒤엔 4만5582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달 10일 동 시간대엔 4만6816명으로 다시 늘면서, 정부 지침 이전보다 오히려 생활인구가 늘어났다.



날씨가 점차 풀리자 주말 나들이객도 집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토요일인 지난달 21일 오후 2~4시, 여러 백화점이 위치한 영등포역 인근(영등포구 영등포동)의 평균 생활인구는 4만7645명에 그쳤으나 1주일 뒤인 28일엔 4만8029명, 이달 4일엔 5만4293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또 지난 11일 같은 시간대엔 평균 5만5773명이 이곳에 있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유흥시설 집합금지 명령 이행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유흥주점, 클럽 등이 모인 유흥가를 찾는 발길은 줄어들었다. 서울 강남구 유흥업소 종사자의 코로나19 확진이 확인되면서 서울시가 지난 8일 시내 유흥업소에 오는 19일까지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집합금지 명령은 2인 이상의 사람이 한 장소에 모이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치로 사실상 영업 중지다.

이 때문에 강남역 인근(강남구 역삼1동)의 금요일 저녁 시간대 생활인구는 줄어들었다. 지난 3일 오후 8~10시 강남역 인근 평균 생활인구는 9만8617명이었지만, 서울시가 명령을 내린 이후인 지난 10일엔 9만6555명에 그쳤다. 또 클럽이 밀집한 이태원(용산구 이태원1동)도 3일 동 시간대 1만5045명에서 10일 1만2827명으로, 이곳을 찾는 이들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정부는 오는 19일까지 예정된 고강도 거리 두기 기간을 재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지난달 22일부터 체육시설과 유흥시설, 학원·PC방 등의 운영을 제한하는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고 있다. 애초 지난 5일까지 시행하기로 한 이 방침은 오는 19일까지로 2주 연장된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당장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을 중단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발표한 서울시의 한 조사에 따르면 시민 63.6%가 “생활 방역 체계로 전환할 필요성은 있으나 19일은 이르다”며 재연장 필요성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