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중장기 관리방안 논의 시작부터 ‘삐끗’

by김형욱 기자
2020.05.25 15:53:18

시민참여단 울산지역 OT, 탈핵시민단체 반발로 ‘무산’
재검토위 “회의장 불법 침입 유감…정상 진행에 만전”

국내 원전 모습.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사용후핵연료 중장기 관리방안에 대한 전국 의견수렴 절차가 탈핵시민단체의 반발로 시작부터 일부 차질을 빚으며 난항을 예고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재검토위, 위원장 정정화 강원대 공공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사용후핵연료 중장기 관리방안에 대한 전국 의견수렴을 위한 시민참여단 549명을 확정하고 지난 23일 KT대전인재개발원을 비롯한 14개 시·도에서 오리엔테이션(OT)을 열기로 했다.

그러나 울산지역 OT는 행사에 반대하는 탈핵시민단체의 회의장 점거로 이뤄지지 못했다. 탈핵시민행동 등 지역 탈핵시민단체는 이번 의견수렴이 핵폐기장 추가 건설을 위한 가짜 공론화라고 주장하며 행사 개최를 저지하고 나섰다. 경주와 울산은 원자력발전소(원전)가 몰려 있는 지역임에도 이곳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주된 반대 이유다.



재검토위는 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앞으로의 일정을 정상 진행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행사에 참석 못한 울산 지역 시민참여단에 대해서도 곧 OT 동영상 시청과 별도 질의·응답 기회를 제공한다. 재검토위 관계자는 “충분한 국민 의견수렴을 위한 자리가 물리적 방해로 정상적으로 열리지 못한 점에 유감을 표명한다”며 “불법행위에 대해선 엄정하게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OT는 코로나19 확산이란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의를 가진 시민참여단 459명이 참석했다”며 “앞으론 민주적 절차에 따라 이뤄지는 시민참여단 의견수렴 과정이 불법 활동으로 방해받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울산 지역 OT 무산은 앞으로의 논의 과정도 순탄치 않으리란 점을 예고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문제를 결정하기 위해 지난해 전문가로 이뤄진 재검토위를 구성하고 대국민 의견수렴 절차를 추진해 왔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24기의 원자력발전소(원전)가 가동 중인데 여기서 다 쓴 핵연료 처리 방법은 아직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 현재는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에 보관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곧 포화한다. 월성 원전본부의 경우 당장 8월까지 건식(임시)저장시설인 맥스터를 증설하지 않으면 내후년부터 월성 2~4호기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탈핵시민단체 모임인 탈핵시민행동이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월성 원자력발전본부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건설 반대 기자회견을 연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탈핵시민행동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