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결렬에 상경투쟁까지…재교섭 첫날부터 어긋난 한국GM 노사

by노재웅 기자
2018.02.28 15:32:32

28일 제3차 임단협 개시..양측 의견차이만 확인
노조, 청와대 상경투쟁 이어 미국 원정까지 검토

폐쇄 결정된 한국GM 군산공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한국GM 노사가 군산공장 폐쇄 결정 이후 첫 재교섭에 나섰지만 양측의 첨예한 입창 차이만을 확인한 채 성과 없이 끝이 났다. 사측은 임금인상 동결을 바탕으로 한 교섭안을 전달했지만, 노조는 이를 열어보지도 않은 채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그러면서 외부로는 강경투쟁에 더욱 힘쓰는 모습을 보여 앞으로의 협상 난항을 예고했다.

28일 한국GM에 따르면 노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부평공장 본사에서 2018년도 3차 임금 및 단체협상(이하 임단협) 본교섭을 진행했다.

사측은 협상에 앞서 임금인상 동결과 성과급 지급 불가, 내년 정기승급 유보, 각종 복리후생비 삭감 등을 담은 교섭안을 제시했으나, 노조 집행부는 이를 받고도 조합원에 공개하지 않은 채 돌려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은 최근 5년 연속 연간 약 1000만원씩 지급한 성과급만 줄여도, 연간 1600억원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복지후생 비용을 줄인 교섭안을 노조가 수용할 경우 총 연 3100억원의 비용을 줄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노조는 ISP(본사 파견 외국인 임직원)의 임금 및 복지 부분을 공개할 것을 사측에 요구했다. 이에 사측은 개인의 임금은 기밀이라는 점에서, 추후 교섭에서 평균금액만을 공개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노조는 군산공장 폐쇄와 관련한 사측의 입장을 요구했고, 사측은 “군산공장 조합원에게 불가능한 희망을 주는 건 잘못된 것”이라며 회생 가능성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결과적으로 이날 교섭은 노사 간 양측의 입장만을 확인하는 자리로 마무리됐다. 특히 노조는 이날 밖으로는 청와대 상경투쟁에 힘을 쏟으면서 재빠른 협상 의지가 전혀 없음을 다시 증명했다.



노조는 군산공장 폐쇄 철회 전까지 이러한 강경투쟁을 지속해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노조의 교섭안은 3월 중순 이후에나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전까진 각종 결의대회와 가두행진, 노숙(천막)투쟁을 서울과 부평, 군산을 오가며 진행할 예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노조는 미국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GM 본사에 원정 투쟁단 파견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 합의는 첫 단추조차 끼우지 못하고 끝났지만, 이날 한국GM은 대규모 임원 감축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고통분담’의 메시지를 외부에 전달했다.

이날 오전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전 직원에게 e메일로 전달한 ‘CEO 메시지’를 통해 대규모 임원 감축 계획을 밝혔다. 메시지에는 전무급 이상 임원 30% 감축, 모든 ISP(본사 파견 외국인 임직원) 임원 45% 감축, 모든 직급의 ISP 50% 감축, 상무급 임원 및 피플리더(팀장급) 20% 감축의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한국GM은 임원을 포함한 현재 팀장급 약 500명에게 일방적으로 ‘올해 임금 동결’ 사실을 통보했다. 이들은 노조원이 아니기 때문에 임금 조정 과정에 합의나 동의가 필요 없다. 또 임원을 포함한 모든 직원의 법인카드 사용을 이미 막았고, 각 부서에서 통상적으로 올리던 서비스·물품 구매 품의도 모두 보류시켰다.

현재 한국GM의 팀장급 이상 인원은 약 500명, 임원급은 100여명으로 알려졌으나, 전무·상무·팀장 등 세부 직급별 인원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메시지는 사측의 회사 정상화 노력을 대내외에 알리면서 경영난에 대한 책임을 직원들에게만 전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또 교섭에 나서는 노조에도 고통분담에 나서줄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GM 관계자는 “고정비 절감을 위해 전사적으로 노력에 나서고 있다”며 “허리띠를 최대한 졸라매야 하는 상황에서 임원들이 솔선수범하겠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노조와의 대화를 지속해서 이어가는 한편, 내부적인 결속도 확고히 다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