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스시외교` 효과, 안보는 대성공..경제는 `글쎄`

by김태현 기자
2014.04.24 16:54:47

오바마, 센카쿠 문제 관련 일본 입장 지지
TPPA 협상 위한 전략이라는 지적도 제기

[이데일리 성문재· 김태현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공들여 준비한 ‘스시 외교’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23일 저녁 전용기 편으로 일본을 국빈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긴자(銀座) ‘스키야바시지로’라는 초밥집에서 만찬을 하며 양국간 우의를 도모했다.

24일 열린 미·일 양국 정상회담에서 일본은 안보 문제에서 큰 선물을 받았지만 경제 협력 방안과 관련해 미국과의 입장차를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약 2시간 동안 도쿄(東京)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센카쿠 열도는 (동맹국인 미국의) 일본 방위 의무를 정한 미·일 안보조약 제5조의 적용 대상이다”라고 밝혔다.

중국과 일본간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의 영유권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입장을 지지한 것이다. 그동안 일본은 센카쿠 열도가 미·일안보조약 5조 적용대상이라는 점을 미국측이 분명히 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이는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미·일안보조약에 입각해 미국이 일본을 방위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영유권은 일방적으로 힘에 의해 변경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미국이 일본 손을 들어주는 동시에 중국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날린 셈이다.



이같은 수순은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그동안 ‘말뿐인 아시아 중시 외교’라는 지적을 날려버리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 입장에서는 한때 흔들렸던 미일관계가 건재함을 보여줬다는 점이 성과다.

한편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미·중관계 악화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센카쿠 영유권 관련 일본을 지지한 것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A) 합의를 위한 ‘주고받기’ 전략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이 쌀·돼지고기 등 이른바 ‘관세 성역품목’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카드로 센카쿠 문제를 활용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날 양측은 TPPA 관련 현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다만 중요한 입장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나가자는 데 뜻을 모았으며 이에 따라 양국 무역대표인 마이클 프로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아마리 아키라 경제 장관 주도의 각료회담을 속개하기로 했다. 정상회담 공동성명 발표를 이례적으로 각료회담 이후로 미룬 것은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와 관련해서도 지지를 표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 정부의 집단자위권 행사에 대해 “아베 총리가 ‘적극적 평화주의’를 내걸고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지지한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현지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그동안 역사인식 문제 등으로 소원했던 미·일동맹 관계를 복원하고 본격적으로 중국 견제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센카쿠 열도를 직접 언급하며 중국에 속내를 드러낸 것도 이 때문이다. 백악관은 이에 앞서 미·일 관계를 중심으로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