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돌 던지랴”해도…아시아나 M&A 무산, 정몽규 리더십 ‘타격’

by김미영 기자
2020.09.11 18:05:07

HDC현산, 아시아나 우선협상대상자 계약 파기당해

지난해 11월12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기자회견을 열었던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결국 무산됐다. 산업은행이 11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과 관련해 우선협상대상자인 HDC현산에 계약 파기를 선언해서다. 이로써 정몽규 HDC현산 회장이 선친인 고 정세영 회장을 따라 품었던 모빌리티 그룹으로의 도약 꿈도 멈춰섰다. 건설업계에선 “코로나19 악재와 아시아나항공 부실 확인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있지만 M&A 협상을 지지부진 끌면서 정 회장의 리더십이 상처를 입게 됐단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11일 “코로나19 영향이 얼마나 갈지 알 수 없고 실사 과정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부실이 컸다고 하니 정 회장이 경영판단을 잘 한 것”이라며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나”라고 했다.

실제로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선 코로나19 사태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돌발 변수이자 대형 악재였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7조80억원, 영업손실 4274억원을 기록했다. 연결 기준 영업손실을 낸 것은 2013년 이후 6년 만이다. 당기순손실은 8377억원으로 전년보다 327%나 늘어났다. 올해엔 코로나19로 국내외 노선 운항이 부분 중단됐다.



이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했다면 아시아나항공를 살리기 위해 HDC현산과 계열사에도 구조조정과 같은 부담이 전가됐을 것”이라고 했다.

주식시장 반응도 좋은 편이다. 이날 HDC현산 주가는 종가 24750원으로 4.87%가 오른 데 이어 시외에서도 1.4% 상승했다.

하지만 HDC현산은 물론 정몽규 회장도 이번 M&A 무산으로 타격을 입게 됐단 평가도 적지 않다. 정 회장은 인수 무산 수순으로 접어들었음에도 시간을 끌며 ‘결단력’을 보이지 못했단 지적이다.

다른 관계자는 “큰 구상을 갖고 아시아나항공을 사들인다 해놓고 금액이 안맞다, 상황이 안좋다해서 돌아서면 장사치로 밖에 안보인다”며 “어렵지만 인수해서 견실한 기업으로 만들겠단 승부수를 던졌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정몽규 회장은 인수 발표 때만 모습을 보였을 뿐 이후엔 방어적 태도만 보여줬다”며 “다음에 HDC현산에서 다른 M&A를 한다해도 신뢰를 얻을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