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위험한 사업장 점검 자율 평가 중심으로…보여주기식 평가 ‘우려’

by최정훈 기자
2023.01.31 16:34:35

고용부, 2023년 산업안전보건감독 종합계획 발표
올해 노사가 만든 위험성 평가 특화점검 도입해 역량 집중
8만 곳에 특별 관리 대상 사전 고지…안전 관리 강화 방침
보여주기식 위험성 평가 우려…“3월 가이드라인 마련”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일하다 죽거나 다치는 근로자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정책 방향이 노사가 함께 만든 위험성 평가 중심의 자율 예방으로 바뀌었다. 이에 정부가 올해 사업장의 안전을 점검하는 방식도 위험성 평가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가 중심이 될 예정이다.

다만 위험성 평가 제도 자체가 의무도 아닌데다, 보여주기식 관행도 만연해 산업재해 감축에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태호 고용노동부 산재예방감독정책관.(사진=연합뉴스)
위험성 평가 정착토록 올해 산업안전감독 집중

고용노동부는 2023년도 산업안전보건감독 종합계획을 31일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노동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중대산업재해 감축 로드맵’의 취지를 반영해 마련됐다.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정책 방향을 사후 규제·처벌 중심에서 ‘위험성 평가’를 통한 자기규율 예방체계로 전환한다는 것이 로드맵의 골자다.

자기규율 예방체계는 정부가 제시하는 규범·지침을 토대로 노사가 함께 위험요인을 발굴하고 개선하는 ‘위험성 평가’가 핵심이다. 만일 기업이 위험성 평가를 충실히 했음에도 기업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노력의 정도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고려된다.

고용부의 ‘위험성 평가’ 확인 사항은 △위험성 평가를 시행했는지 △위험성 평가에 근로자를 참여시켰는지 △‘아차’ 사고·산업재해를 위험성 평가에 반영했는지 △위험성 평가 결과를 근로자 등에게 공유·전파했는지 등이다.

고용부는 올해 1년간 사업장 총 2만 곳을 점검·감독할 계획이다. 세부적 1만 곳의 위험성 평가 특화점검하고, 1만 곳을 일반·특별 감독한다. 위험성 평가 점검을 통해 지적된 사항은 개선하도록 하고, 개선 노력이 없으면 불시감독을 벌인다.



산업재해(사망·부상) 발생 가능성 위험경보 예시(자료=고용노동부 제공)
앞서 고용부는 점검·감독 대상 2만 곳을 선정하기 위해 위험 기계·기구 보유 현황 등 빅데이터를 분석해 8만 곳의 고위험사업장을 선별했다. 지방노동관서는 위험도와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해 8만 곳 중 2만 곳의 점검·감독 대상을 선정할 예정이다. 8만 곳에는 특별 관리 대상임을 미리 알려 자발적인 안전관리를 강화하도록 한다.

근로감독관은 점검·감독에 착수하기 전 고위험사업장의 산업재해 조사표, 위험 기계·기구 보유 현황 등을 사전에 분석해 점검·감독 방향을 정하고 기업을 방문한다. 동시에 2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최근 1년 동안 3명 이상이 사망한 사업장은 특별 감독한다. 본사·지사가 분리된 사업장의 경우 반드시 본사를 포함해 감독할 방침이다.

특히 고용부는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발생한 추락·끼임·부딪힘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해 중대산업재해 사망자는 644명으로, 이 중 421명(65.4%)이 추락·끼임·부딪힘 사고로 숨졌다.

보여주기식 위험성 평가 우려…“3월 가이드라인 마련”

다만 위험성 평가 중심의 산업안전 점검과 감독이 산재 감축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이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2013년 도입된 위험성 평가도 사업장 10곳 중 6것 이상이 시행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고, 제도 자체도 의무 규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태호 고용부 산재예방감독 정책관은 “현장 근로자나 전문가들 모두 위험성 평가만 제대로 해도 산재 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얘기할 정도로 유용한 제도”라며 “아직 의무화 하기 위한 법령이 개정되기 전이지만, 특화점검 등을 통해 위험성 평가를 홍보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할 노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위험성 평가에 근로자 참여를 어떻게 보장할지도 관건이다. 여전히 사업장에서는 위험성 평가에 근로자가 참여하지 않고, 안전관리자가 자체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곳이 대다수다. 게다가 근로자가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참여했다고 속이는 사례도 있다.

최 정책관은 “위험성 평가에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참여하고 있는지가 중요하지만 점수화하기는 어렵다”며 “빠르면 오는 3월까지 위험 장소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의 의견 청취 의무화나 설문조사 방식 등 근로자 참여 방식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