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세 청년, 최연소 ‘이장님’ 됐다…평균 나이 68세 섬마을 정착기

by권혜미 기자
2024.01.30 17:45:08

사진=유튜브 채널 ‘씨리얼’ 캡처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평균 나이 68세의 어르신들이 사는 완도 섬마을에 20대 여성이 이장님이 된 사연이 공개됐다.

최근 유튜브 채널 ‘씨리얼’엔 ‘평균 나이 68세 마을에서 20대 이장으로 살아남기’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전라남도 완도군 완도읍 용암리는 완도의 여러 섬 중 하나인 작은 마을로, 공식적으로는 78세대에 약 120명이 거주 중이다. 평균 나이는 68세로, 20대는 김씨를 포함해 2명이 살고 있으며 실제 거주민은 70명에서 80명 사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김씨는 “전 이장님에게 24살에 ‘이장을 해보는 게 어떻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때는 이장 일이 뭔지도 모르고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씨리얼’ 캡처
이장 투표 당시 김씨 외 다른 마을 어르신 1명이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 어르신은 “젊은 사람을 밀어줘야 한다”며 김씨를 강력 추천했다고 한다. 처음에 마을 어르신들은 어린 김씨에 탐탁지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지만, 김씨의 할아버지 성함을 듣고 “그 집 괜찮지”라며 안도했다고 한다.



김씨는 눈을 뜨면 어르신들의 집을 직접 방문해 고충을 듣거나 지자체에 민원을 넣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또한 바쁘지 않은 주에는 2~3번 경로당에 방문해 어르신들의 의견을 청취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김씨는 젊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화려한 도시 생활을 왜 저버린 것일까. 김씨는 한때 엄마에게 “난 죽어도 서울에서 죽을 것”이라며 완도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힌 적도 있다고 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씨리얼’ 캡처
디자이너가 꿈이었던 김씨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서울로 상경했다. 고시원에 살며 미술 학원을 다닌 김씨는 이후 사진관, 스타트업, 중소기업 등에서 일을 하며 조금씩 정착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휴가를 내고 다시 고향에 돌아온 완도에서 김씨는 묘한 평안함을 느꼈다. 김씨는 “이렇게 넓은 바다에 사람이 없구나. 이 한적한 자연을 나 혼자 느낄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며 다시 완도로 돌아오게 된 사연을 밝혔다.

김씨는 완도에서 가장 먼저 사진관을 개업했고, 현재 이장 일을 병행하며 열심히 운영 중이다. 김씨는 “평생 이렇게 사는 게 행복할 것 같다. 제 꿈이 ‘히피 할머니’인데 그 꿈에 다가섰다”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