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대우조선해양 우선인수권자에 한화그룹 선정

by서대웅 기자
2022.09.26 16:18:54

2조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MOU 체결
스토킹호스 방식...내달 17일까지 경쟁입찰 공고
연내 본계약 방침, 늦어도 내년 상반기 딜 클로징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2조원을 베팅했다. 2008년 인수 추진 당시 써냈던 6조3000억의 3분의 1수준이다. 2001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졸업 이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체제에 있던 대우조선으로선 21년만에 새 주인을 맞는 셈이다.

산은은 26일 대우조선과 한화그룹이 2조원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유상증자엔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원), 한화시스템(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1000억원) 등이 참여한다. 한화그룹이 인수를 완료하면 한화는 대우조선 지분 49.3%를 확보해 1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강 회장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우조선과 한화그룹이 2조원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합의서를 체결했다”며 “가중평균 주가 등을 공정가 평가 기준에 따라 유상증자 가격을 주당 1만9050원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대우조선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950원 오른 2만4950원이어서 헐값 매각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 매각은 스토킹호스 방식이어서 향후 한화가 아닌 제3자에 매각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스토킹호스 매각은 조건부 투자에 합의, 계약 체결 후 경쟁입찰을 진행해 최종 투자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한화그룹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회사가 나오면 해당 회사가 대우조선해양을 품을 수 있다. 산은은 27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경쟁입찰을 공고해 입찰의향서를 접수할 계획이다.

한화와 산은의 대우조선 매각 딜 성사에 대해 일각에선 ‘2030년 글로벌 방산 톱10’ 목표를 세운 김승연 한화그룹의 집념과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의 강한 의지가 만든 합작품이란 평가다. 실제로 강 회장은 지난 6월 취임 이후 제조업체들을 일일이 만나 대우조선 매각 필요성을 설명하고 인수 의향을 묻는 등 직접 발품을 팔아 이번 MOU를 이끌어냈다.

국책은행 한 관계자는 “올 초 유럽연합(EU)의 반대로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의 인수합병이 물거품되자, 세계 1위 조선업의 경쟁력을 지키려면 민간 새 주인을 빨리 찾아야 한다는 위기 의식이 커졌다”며 “강 회장의 취임 후 새 주인 찾기 작업이 급속도로 진전됐다”고 전했다. 한화그룹도 그룹 숙원이었던 조선업에 진출해 방산 부문 ‘육해공 라인업’을 완성한다는 강한 집념으로 대우조선을 통매입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산은과 협상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