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권효중 기자
2022.02.22 16:02:34
오미크론 유행에 한때 혈액보유량 2.5일분 급감
코로나 유행 주기 따라 혈액량 '위기'도 계속
"코로나19 때문에 헌혈 꺼려져"…단체헌혈도 줄어
"코로나19와 헌혈 '무관'… 헌혈 동참해주세요"
[이데일리 권효중 이수빈 기자] 지난 21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헌혈의 집’. 7개의 헌혈 베드 가운데 단 2개만이 채워져 있었다. 그럼에도 간호사들은 비어 있는 베드와 대기석을 연신 소독했다. 언제든 수혈이 이뤄지면 즉각 보관하고, 혹시 모를 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다.
간호사 고모씨는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헌혈자 비중이 30~4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며 “주말엔 헌혈자가 어느 정도 있지만 평일이 되면 코로나 19이후 응급 수술이 많이 줄었음에도 24시간 안에 보유해둔 혈액이 모두 소진될 정도로 혈액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헌혈자가 대폭 줄어들면서 국내 혈액 보유량에도 ‘비상’이 걸렸다. 헌혈을 통한 감염 우려에 ‘헌혈의 집’을 찾는 개인 헌혈자는 물론 단체헌혈도 뜸해졌다.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긴급 수혈이 필요한 위중 환자들의 목숨이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대한적십자사는 혈액부족이 재난 수준에 이를 수 있는 위기라며 적극적인 헌혈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따라 혈액 보유량도 ‘위기’
이날 방문한 강남구의 ‘헌혈의 집’ 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곳 간호사 조모씨는 “유효기간이 5일로 짧은 혈소판은 당일에 들어온 게 하루 만에 소진될 정도로 부족하다”며 “개별 헌혈자도 많이 줄어들었지만, 헌혈 버스를 이용하는 단체 헌혈은 회사나 군부대에서 확진자가 1명이라도 생기면 바로 취소되면서 안정적인 수급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기준 혈액보유량은 2.5일분까지 급감했다. 올해 연초 7.6일분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분의1 수준으로 ‘적정’ 수준 5일분의 절반에 불과한 실정이다. 대한적십자사측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 이후 ‘헌혈의 집’ 방문자와 단체헌혈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유행이 극심해질 때마다 국내 혈액 보유량은 급감했다. 코로나 유행 초기였던 지난 2020년 5월, 보건복지부의 1차 재난문자 발송 당시 혈액보유량은 2.6일분으로 감소했고, 그해 연말 3차 대유행 시기에는 2.7일분으로 떨어졌다. 2021년 8월 4차 대유행 직후 혈액 보유량은 2.9일분을 기록했다. 혈액 보유일수 3일 미만은 ‘주의’ 단계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혈액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증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박모(30)씨는 “외할머니가 만성신부전증으로 정기 투석을 받는데 병원에서 혈액 수급이 어렵다고 해서 인터넷 커뮤니티와 지인들을 통해 수혈자 등록번호를 올리고 지정헌혈을 요청했다”며 “직접 나서서 헌혈을 부탁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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