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클릭’ 尹 vs ‘텃밭 호남’ 李, 김대중 둘러싼 여야 속내는

by이지은 기자
2021.12.09 16:47:48

이재명·윤석열, 9일 김대중도서관 행사 동시 참석
李 평화·안보 초점…"종전선언 입장 재검토 요청"
尹 국민통합 강조…"정치 보복 없이 정적 용서"
적자 이미지 vs 중도층 확장…與野 동상이몽

[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동시에 김대중도서관을 찾았다. 둘의 조우는 서로 김 전 대통령을 잇겠다며 민심에 호소하는 상황을 잘 보여준 장면으로 평가된다. 이 후보는 호남 적자 이미지를 내세운 안방 다지기, 윤 후보는 중도층 공략을 통한 외연 확장 전략을 택했다.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9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21주년 기념식 및 학술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두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노벨평화상 수상 21주년 기념식 및 학술회의에 참석했다. 먼저 연단에 오른 이 후보는 “평생을 탄압받으면서도 민주주의, 인권, 한반도 평화, 동북아 안정을 위해 일생을 바치셨고 그 위대한 성취의 결과로 노벨 평화상을 받으셨다”며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을 치하했다. 뒤이어 윤 후보도 “검사 시절부터 김 전 대통령을 존경했고 그분의 자서전도 꼼꼼히 읽었다”며 “지난 6월 6·15 남북정상회담 21주년 기념 행사를 계기로 김 전 대통령의 정치 철학과 국정 업적을 살펴보면서 왜 세계적인 정치 리더들과 전문지식인, 언론들이 훌륭한 정치인으로 꼽는지 다시금 확인했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그러나 서로 강조하는 메시지는 달랐다. 이 후보는 평화에 기반한 안보 정책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가장 확실한 안보 정책은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고, 평화가 바로 그렇다”며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먼데 그 중 하나가 한반도 비핵화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서는 “북핵을 용인하는 결과가 돼 동북아 지역에 핵군비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며 “매우 무책임한 정치적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이 후보는 종전선언을 반대한다고 밝혀온 윤 후보에게 입장 재검토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국민적 합의가 없어 시기상조라고 말씀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국민 67%가 종전선언에 찬성한다는 객관적 사실을 확인하셔서 전향적으로 검토해달라”며 “우리는 전쟁 상태를 끝내고 종전 선언을 넘어 평화 협정으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윤 후보는 민주주의에 기초한 국민 통합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한미동맹 강화, 일본 화해외교, 국민기초생활 보장제도 시행, 국가인권위 설립 등 김 전 대통령의 대표 정책들을 언급하며 “김 전 대통령은 당선 후 어떤 정치 보복도 하지 않고 모든 정적을 용서하고 화해해 국민 통합을 이룩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후보로서 김 전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업적 되새기고 발전시켜 공정과 상식의 기반 위에 골고루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회와 희망 나라를 만들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이 후보는 본인이 김 전 대통령의 적자임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대선을 100일 앞둔 지난달 29일 ‘D-100’ 전 국민 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었고, 지난 2일 김대중도서관에서 동교동계 원로들과 가진 간담회를 통해 정통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윤 후보도 중도 표심을 잡기 위해 김 전 대통령의 발자취를 좇고 있다. 대선 후보 선출 후 첫 지방 일정으로 호남을 선택했고, 지난달 11일 전남 목포 김대중기념관을 찾아 방명록에 “국민 통합을 으로 국가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의 초석을 놓으신 지혜를 배우겠다”고 적었다. 전날 재경광주전남향우회를 만나서 “절대 호남 홀대론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