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패 늪' 빠진 민주당, 자성 모드…쇄신 물꼬 틀까

by이유림 기자
2022.06.08 17:24:08

민주당 초·재선 10여명, 민주당 패인 분석 토론회
'졌잘싸'부터 '팬덤 정치' 편승까지 자성 터져나와
전문가 "검수완박, 조국사태, 추윤갈등 반성해야"

[이데일리 이유림 이상원 기자] 지난해 4·7 재보궐선거와 올해 3·9 대선, 6·1 지방선거까지 3연패 한 더불어민주당이 선거 패인 분석을 통한 방향타 재설정에 나섰다. 그간 민주당은 패인 분석이 책임 공방으로 비화하는 것을 우려해 미뤄왔으나, 2년 뒤 총선까지 4연패 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며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마련한 토론회에서는 당심과 민심 간의 괴리가 존재하고, 초선 의원들이 팬덤 정치에 편승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혁신 비대위원회 출범과 함께 치열한 내부 토론으로 쇄신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홍근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8일 국회에서 이탄희 의원을 비롯한 초·재선 의원 10여 명이 공동 주최한 ‘민주당 대선·지선 평가 1차 토론회’에서는 선거 패인에 대한 분석이 쏟아졌다. 이날 토론회는 지방선거 이후 당내에서 진행된 첫 선거 평가 토론회다.

최병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은 발제문에서 “민주당에 떠도는 두 개의 유령을 극복해야 한다”며 이재명 전 대선후보 관련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유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 관련 ‘잘했져’(잘 했지만 졌다) 유령을 지목했다. 성공한 대통령과 대선후보가 있는 한 민주당은 패배 원인이 없는 정당이 된다는 설명이다.



최 부소장은 승리하는 민주당의 조건으로 △조국 사태 △추미애-윤석열 갈등 △검수완박 등 ‘정무적 이슈’의 반성과 △최저임금 1만원 △소득주도성장론 △부동산 정책 △탈원전 등 ‘정책적 이슈’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반면 실패하는 민주당의 조건으로는 상대의 실책과 그에 따른 반사이익을 바라는 ‘감나무 전략’과 민생을 도외시하고 계파 싸움에 매몰되는 ‘머리끄덩이 전략’을 지적했다.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은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을 통제하지 못한 점을 지방선거 패인으로 꼽았다. 그는 “대선 지방선거 출구조사를 보고 20대 여성 비대위원장을 잘 모셨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20대·30대에서 민주당 지지가 늘긴 했지만 투표율을 감안하면 전체 득표 수는 줄었다”고 분석했다. 앞서 박지현 전 위원장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도부와 충분한 사과 없이 586 용퇴론을 꺼내 들어 당내 내홍을 일으킨 바 있다.

이탄희 의원은 “우리가 민주당의 지향점과 가치를 보여주지 못했다”며 “당심과 민심이 괴리돼 있다는 것을 객관적 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된 팬덤 정치를 견인하지 못하고 오히려 여기에 편승하거나 내부 갈등을 극대화했다고 언급했다. 민주당은 이날 토론회를 시작으로 연쇄 패인 분석에 나설 예정이다. 오는 10일에는 김종민 의원이 토론회를 개최하고, 오는 12일에는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가 워크숍을 갖는다.

아울러 민주당은 이르면 이번 주 혁신 비대위원회를 공식 출범시킨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새 비대위가 해야 할 일은 크게 두 가지”라며 오는 8월 예정된 전당대회를 공정하게 관리하고 선거 평가에 기반한 당 쇄신을 이끄는 것을 제시했다.

박 원내대표는 “공정한 전당대회 관리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눈높이와 기대에 맞는 철저한 평가 작업을 해야 한다. 그래서 혁신형 비대위라고 표현한 것”이라며 “지난 촛불로 시작된 문재인 정부부터 이번 지방선거까지, 모든 과정에 대해 철저하게 평가에 임할 수 있도록 관리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