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입국금지’ 일본…“문 열어달라” 대내외 비판 쏟아져

by방성훈 기자
2022.01.27 14:54:05

일본 정부, 작년 11월 외국인 신규 입국 금지
재계·학계 등 내부 비판…해외서도 "국제관계 악화"
감염 주범·외국인 혐오 논란 맞물려 일 정부 딜레마
"외국인 입국 허용하고도 감염률 낮은 한국과 대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 정부가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한 외국인 신규 입국 제한 조치가 일본 내부는 물론 해외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AFP)
25세 네덜란드 여성 딜리아 비서는 10대였던 2014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반년 동안 생활한 뒤 성인이 되면 일본으로 이주하기로 결심했다. 이를 위해 일본에서 유학 생활을 하려 했으나, 지난 해 11월 일본 정부가 돌연 외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비서는 네덜란드 대학에서 오랜 시간 일본어를 공부하고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모았지만 모두 백지화됐다면서, 결국 이웃 국가인 한국으로 목적지를 변경했다고 전했다. 그는 다음 달 말 이주할 예정이라며 “이번 입국 금지 조치 이후 일본 정부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오미크론 확산 초기였던 지난해 11월 말부터 감염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외국인 신규 입국을 원칙적으로 금지했고, 최근 이를 다음 달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본으로 입국하려던 외국인 유학생 15만명이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블룸버그는 “외국인 근로자와 사업상 출장을 위한 방문객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이 조치는 주요 7개국(G7) 중 가장 엄격하다”고 설명했다.

일본 내부에선 재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많은 사업체들은 당장 공장에서 일할 직원이, 대학교들은 신입생들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은 온라인 강의로 유학생들을 끌어안고 있지만 지속 이탈이 발생하는 등 역부족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고령화 및 인구 감소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난 수년 동안 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들을 적극 유치해 왔다. 유학생의 경우 2019년 31만명을 유치하며 2011년 대비 2배 가량 늘렸지만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입국금지 조치는 수년 간의 노력을 한 방에 무너뜨렸다는 평가다. 외국인 근로자도 마찬가지다.

다른 국가 기업들의 출장이 가로막힌 것도 일본 기업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토쿠라 마사카즈 일본경제인단체연합회(게이단렌) 회장은 지난 24일 정부를 상대로 “사업은 순전히 일본 기반으로만 작동하는 게 아니다”라며 입국 금지 재검토를 촉구했다.

해외에서도 일본 정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100명 이상의 학자 및 교육단체 등이 최근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입국 금지 재검토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서한에서 “일본의 국익과 국제 관계에 해를 끼치는 조치”라며 “연구원과 유학생들은 미래의 정책 입안자, 비즈니스 리더, 교사로서 일본과 다른 사회를 잇는 다리가 된다”고 강조했다.

소셜미디어 등에서도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트위터를 통해 출범한 ‘일본 입국 금지를 멈춰라’라는 온라인 단체는 일본은 물론 몽골, 네팔, 독일, 키르기스스탄 등 여러 곳에서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일본에 가족이 있는 경우를 비롯해 유학생, 노동자, 훈련생 등도 모두 입국을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일본 내 감염을 퍼뜨린 외국인들에 대한 일본인들의 혐오와 반발 여론이 만만치 않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특히 최근엔 외국인 거주자에게 제한된 투표권을 허용할지 여부 등의 논쟁과 맞물려 일본 정부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블룸버그는 “일본의 입국 금지 조치는 이웃 국가 한국과 대비된다. 한국은 비자 발급 및 외국인 신규 입국을 지속 허용하고 있음에도 일본보다 감염율을 훨씬 낮게 유지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는 현재 대내외 비판에 시달리며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