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환대출 플랫폼에서 1년에 4번 대출 갈아탄다

by노희준 기자
2022.11.16 16:44:54

대환대출 플랫폼, 몇 번이나 대출 갈아탈 수 있나
대출 취급 후 3개월 지난 신용대출 대상 유력 검토
지나치게 잦은 대출 이동시 금융불안 부작용 우려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온라인상에서 더 낮은 금리의 신용대출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시스템’이 내년 5월 상용화할 예정인 가운데, 차주들은 1년에 4번까지 이용 가능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신용대출을 받은 후 3개월이 지난 대출을 대상으로 갈아타기를 허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잦은 대출 이동이 가져올 수 있는 금융 불안정의 부작용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비은행기관 중 저축은행
16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시스템의 세부사항으로 이 같은 대출이동 요건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일정 기간이 지난 ‘성숙된 대출’에 대해 갈아타기를 허용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며 “3개월이 지난 대출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은 대출 취급 후 6개월이 된 대출을 대상으로 하는 방안을 건의했지만, 당국은 이 경우 대환대출 시스템 구축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며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내년 5월 대환대출 시스템이 잠정적으로 시작되는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내년 2월 이전에 받은 대출이어야 대환대출 시스템을 통한 대환이 가능할 전망이다. 동일한 대출이라면 1년에 4번, 분기에 1번꼴로 대출을 갈아탈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금융당국이 취급한 지 3개월 성숙된 대출을 대환대출 시스템의 대환 대상으로 검토하는 것은 대출이동 시스템을 통한 지나치게 잦은 대출 이동이 자칫 금융시장의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 구축되는 대환대출 시스템은 50개사가 참여할 계획이라 사실상 국내 주요 금융회사 대부분이 참여하는 ‘대출이동의 대시장’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저축은행 참여수가 20곳 가량이라 전체 79곳 중 일부만 참여한다고 보고 있지만 이는 저축은행 시장이 상위 20여곳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점을 간과한 시각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 전체 대출의 90% 가량이 시스템에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참여 의사를 밝힌 20곳 가량의 저축은행이 전체 대출의 대부분을 취급하는 곳이라는 얘기다.

이런 거대 대출이동 시스템에서 낮은 금리만을 쫓아 신용대출이 지나치게 빈번하게 이동하면, 과도한 자금 이동에 직면한 금융권이 유동성 관리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안 그래도 단기 자금시장 경색에 직면한 카드사나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은 최근 예금금리 경쟁에 따른 은행권으로의 머니 무브(수신이탈)도 일어나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지난 9월말 저축은행 업계 수신(평잔)잔액은 116조5354억원으로 전달 대비 증가율이 0.6%에 그쳐 올해 최저를 기록했다. 올해 1~4%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전달 대비 저축은행 수신 증가율은 6월 이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 8월(0.8%)에 처음으로 0%대로 떨어진 후 저점을 낮춰가고 있다. 반면 은행권에는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5%대를 돌파하는 상품이 등장하는 등 최근 가파르게 금리가 상승하자 지난달에만 정기예금에 56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특히 카드론(카드장기대출)의 경우 잦은 대출 이동에 무방비로 노출될 위험이 있다. 주택담보대출 등과 달리 약정 만기 시점 이전에 대출을 상환했을 때 물어야 하는 중도상환수수료가 대체로 없는 데다 카드론 특성상 단기 이용자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환대출 갈아타기 시스템 구축 논의가 처음 제기됐을 때부터 카드사들이 대환대출 시스템 참여를 꺼렸던 주된 이유 중 하나다. 카드론 외에도 입출금이 자유로운 마이너스 통장(마통)도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다. 반면 직장인대출 등 일반신용대출은 중도상환수수료가 있다.

일정 기간 성숙된 대출만을 대환대출 시스템에서 대환 가능 대출로 삼는다면, 대환대출 이용 건수에 제한이 생겨 급격한 자금 이동 리스크는 어느정도 제어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는 대출은 대출이동의 허들이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업권은 대출 성숙 기간이 더 긴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