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IT 계열사 격변..새로운 환경 적응 나선다

by이재운 기자
2019.06.12 15:17:33

LG, CNS 지분 외부매각 추진..앞서 한화도 재편 실시
오너3세 승계수단에서 기술 자생력 갖추기 행동 나서
아시아나IDT 기로에..대우정보-쌍용정보 자생 사례도

지난 3월 22일 서울 중구 위워크 서울스퀘어에서 열린 LG CNS의 클라우드 사업 브랜드 ‘클라우드엑스퍼’(CloudXper) 소개 행사에서 김영섭 LG CNS 대표가 기자단에 인사말을 하고 있다. LG CNS 제공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대기업 IT 계열사가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재벌 오너가(家) 세대교체 시기와 맞물려 상속 과정의 징검다리 역할에 머무르던 전산실 운영자 역할을 벗어나, 클라우드와 블록체인 같은 신기술을 그룹 전체에 도입·이식하며 자생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진화를 꾀한다.

12일 IT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기업 IT 계열사는 기존 ‘시스템 통합’(SI) 구축을 넘어 ‘IT 서비스’ 회사로의 변화를 자의반 타의반으로 추진하고 있다.

오너 일가나 지주회사가 갖고 있던 지분을 외부에 매각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내부 일감을 계열사 등에 몰아주는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관련 규제를 준수하고 사회적 논란을 피하기 위한 조치다.

LG그룹 지주사인 ㈜LG(003550)는 최근 보유 중인 LG CNS의 지분 37.3%를 매각하기로 최종 결정하고, JP모건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해 협상 대상자를 찾고 있다. LG CNS는 현재 ㈜LG가 84.95%를, 구광모 LG 회장이 1.12%를 보유하는 등 총86.36%가 지주사와 오너 일가의 소유로 된 비상장사이다. IT 업계를 비롯한 재계 안팎에서는 LG그룹이 LG CNS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화그룹 역시 IT 계열사인 한화에스앤씨(한화S&C)를 분리해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등 오너 일가의 지분을 사모펀드인 스틱인베스트먼트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이어 지난해 8월에는 IT서비스를 맡은 법인을 다시 국방IT 사업 담당 계열사인 한화시스템과 합병하며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다른 대기업 그룹들도 내부 IT 계열사 지분 일부를 외부에 매각하거나 외부 투자 유치를 시도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오너 일가나 계열사 위주의 불투명한 구조를 탈피하고,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외부 지분투자나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하기도 한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삼성SDS의 상암 데이터센터 내부 모습. 삼성SDS 제공
이런 흐름에는 그간 그룹 내 IT 시스템 구축 등 ‘내부 물량’을 중심으로 사업을 해오던 의존적인 구조를 탈피하려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 속에 내부에서 ‘온실 속 화초’처럼 계속 지낼 수는 없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다양한 역할을 내·외부에 걸쳐 벌여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되는 탓이다. 과거 오너3세의 경영수업과 지분 승계 등에 이용되던 이미지를 넘어 ‘기술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삼성SDS(018260)와 LG CNS, SK(034730)㈜ C&C 등 이른바 대기업 SI 계열사 ‘빅3’는 2010년대 들어 SI 대신 ‘IT서비스’라는 수식어를 회사 소개에 활용해왔다. SI는 과거 전산실 구축·운영의 이미지가 강한 반면, IT서비스는 기술력을 갖추고 그룹 전체의 IT 활용 전략을 수립하고 주도하는 역할에 초점을 맞춘 개념으로 통용된다.

이들은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최신 IT 트렌드를 조직 내에 도입하고, 이를 실제 현장에 구현해낸 사례를 바탕으로 외부 고객 확보에 나서는 순서로 사업을 키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삼성SDS는 지난달 진행한 자체 기술 콘퍼런스 ‘리얼(REAL) 2019’에서 삼성전자에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한 사례를 소개하며 국내·외 대상 영업에 나선 사례가 대표적이다. IT 계열사들은 필요에 따라 IBM, 아마존(AWS), SAP, 알리바바 등 글로벌 IT 기업과 손잡고 컨설팅에 나서기도 하고 있다.

그룹 전체의 상황 변화에 따른 생존을 위해서도 자생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아시아나IDT(267850)의 경우 모그룹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그룹 전체 자신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추진하면서 역시 자생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형항공사(FSC)인 아시아나항공의 거대한 시스템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저비용항공사(LCC) 대상 영업을 강화하고, 동시에 보험 업계의 새로운 회계 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시스템 구축·교체 사업에서 최근 KDB생명 사업 수주를 시작으로 영업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영신 아시나아IDT 금융부문 상무는 “보험사 대상 IAS39, IFRS9 및 IFRS17 시스템 구축 경험을 기반으로 퇴직연금시스템, 관리회계, 금융상품평가 등 금융 분야 솔루션 개발과 관련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그룹이 해체되는 일을 겪은 대우정보시스템과 쌍용정보통신(010280)은 공공, 금융 등 각기 강점을 가진 분야를 살려 사업을 이어가며 자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그룹 내 ‘고객사’가 외부 업체와 경쟁을 붙이는 일도 흔해졌다”며 “디지털 전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거나, 외부 고객사를 큰 폭으로 확대하는 등 대대적인 변화는 이제 필수”라고 설명했다.

플라이강원과 아시아나IDT 관계자들이 지난달 9일 서울 강남구 플라이강원 서울 사무실에서 통합 정보시스템 구축 계약 체결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플라이강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