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효과 생겼나…北 도발에도 평온한 금융시장

by김정남 기자
2017.11.29 14:22:45

갑작스런 北 도발에도 원화·채권 오히려 강세
주식시장도 보합권…"北 리스크, 학습효과 커"

북한이 29일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화성-15형 미사일 발사를 지시하는 친필명령을 작성하고 있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북한의 갑작스러운 도발에도 국내 금융시장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

한반도 리스크는 원화 자산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재료이지만, 원화는 오히려 더 강세를 띠고 있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도 보합권에 머무르고 있다. 과거부터 이어진 학습효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2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1시56분 현재 전거래일 대비 2.2원 하락한(원화가치 상승) 1082.2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장중 최저치는 1082.0원. 지난 2015년 5월7일(1078.3원) 이후 거의 2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연중 최저치를 또 경신했다.

이날 오후 12시30분 북한의 중대보도에도 불구하고 원화 가치는 더 오르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로동당의 정치적 결단과 전략적 결심에 따라 새로 개발한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5형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화성-15형은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 장착 가능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다.

수출업체의 월말 네고물량(달러화 매도)도 원화 강세에 한 몫 하고 있다. 네고물량은 수출업체가 물품 판매 대금으로 받은 달러화를 원화로 바꾸려는 수요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북한 리스크는 학습효과가 있다”면서 “그보다 네고물량 효과 등이 환율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 쪽도 마찬가지다. 현재 서울채권시장에서 3년 국채선물(KTBF)은 전거래일 대비 1틱 상승한 108.11에 거래되고 있다. 10년 국채선물(LKTBF)은 11틱 오른 122.10에 거래 중이다.

틱은 선물계약의 매입과 매도 주문시 내는 호가단위를 뜻한다. 틱이 상승하는 건 그만큼 선물가격이 강세라는 의미다.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는 의미다.

국채선물시장은 이날 장 초반만 해도 약보합권에서 움직이다가, 오전 10시10분께 이후부터 강보합세로 돌아섰다.

주식시장도 보합권이다. 현재 코스피지수는 0.23포인트 하락한 2513.96에 거래 중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군사적 위협을 높이는 상황까지는 아니어서 리스크의 강도 자체가 전보다 높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학습효과가 생긴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책당국도 앞서 개장 전 긴급 회의를 통해 비슷한 관측을 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수차례 무모한 도발에도 국내 금융시장과 신용등급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면서 “이번 도발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도 기자들과 만나 “예의주시할 것”이라면서도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