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부실수사 검경 수뇌부, 꼬리만 자르고 사퇴 거부

by김정민 기자
2014.07.24 16:35:40

[이데일리 김정민 기자] 검찰과 경찰이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 수사 과정에서 저지른 잇단 오판과 부실 수사로 여론의 몰매를 맞고 있다. 특히 검·경 간 불협화음이 부실 수사의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수뇌부 문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치권은 수뇌부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으나 검·경은 이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반면 일선 수사 책임자들은 잇따라 사퇴하거나 직위해제됐다. 부실 수사 책임론이 비등하자 검·경 수뇌부가 꼬리만 자른 셈이다.



24일 검찰에 따르면 최재경(51) 인천지검장이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도피 도중 사망한 사건과 관련, 부실 수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했다. 최 지검장은 검찰이 지난 5월 25일 순천 송치재 별장을 압수수색할 당시 유씨가 별장 내부 비밀공간에 숨어 있었는데도 놓친 사실을 공개한 직후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뒤늦게 비밀공간과 돈가방을 확인하고도 보안을 이유로 경찰과 공유하지 않아 수사에 차질을 빚게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 지검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3개월간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 수사를 지휘해 왔다.

앞서 경찰청은 유씨 사체에 대한 초동수사를 소홀히 해 신원 확인이 늦어진 데 대한 책임을 물어 정순도 전남지방경찰청장을 직위해제했다. 관할서인 우형호 순천경찰서장과 담당 형사과장은 유씨에 대한 유전자 감식 결과 발표 직후 경질됐다. 반면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이성한 경찰청장은 부실 수사 책임에 대해선 인정하고 사과하면서도 사퇴 요구엔 “의혹 확인과 진상 규명이 우선”이라며 거부했다.

이날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황 장관은 “검찰총장의 해임을 건의하고 법무부 장관도 사퇴하라”는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요구에 “책임을 피할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도 “지금은 여러 가지 제기된 의혹들을 철저하게 확인해서 진상을 밝히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에 그것에 매진할 수 있도록 검찰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안전행정위원회에 출석한 이 경찰청장도 사퇴 압박에 시달렸으나 “모든 일에 더 책임지고 더 분발해서 열심히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