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조정실장 인선 놓고 당·정 힘 겨루기

by김유성 기자
2022.05.27 20:30:14

권성동 국힘 원내대표, 윤종원 인선 `반대`
한덕수 국무총리 "훌륭한 분" 강행 의지
총리 뜻 존중하려던 윤 대통령 `머뭇`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을 국무조정실장(장관급)으로 임명하는 것을 놓고 한덕수 국무총리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간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당정간 힘 겨루기 양상으로까지 커지는 가운데 임명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의 고민 또한 깊어지고 있다.

당초 윤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여당이 공개적으로 반대를 표명하자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윤 행장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을 역임했고 사실상 민주당 계열 인사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을 예방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날(26일) 권성동 원내대표는 인천 계양구 윤형선 후보 사무소에서 현장 대책회의를 마친 뒤 윤 행장 인선과 관련 질문을 받았다.

그는 “한덕수 총리의 임명 강행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훌륭한 분이라는 총리의 주관적 평가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겠지만, 윤 후보자와 함께 활동한 많은 분은 한 총리와 정반대 견해를 제시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소위 말해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반대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어 “윤 후보자는 탈원전 정책에 앞장 섰고 소득주도 성장을 폐기하지 않았으며, 부동산 정책을 비호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정책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분이 새 정부에서 또 일하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너무 독선적이고 아랫사람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각 부처 현안을 통합해야하는 국조실장에 어울리는 인물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 총리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도 있었다. 권 원내대표가 자꾸 고집을 피운다면서 정권 교체에 뜻을 이들이 일부 모욕감을 느낀다고 비판을 했다.

이 같은 발언에도 한 총리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출입기자 간담회에서도 윤 행장이 갖고 있는 경제관료로서 오랜 경력을 강조했다. 그는 “훌륭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고 호평하기도 했다.



사전투표가 시작된 27일이 되어도 이들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권 원내대표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당의 입장을 충분히 대통령과 국무총리께 전달했기 때문에 두 분이 숙의 끝에 현명한 결정을 하리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한 총리 또한 별다른 언급없이 윤 행장 외 다른 인선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권 원내대표와 한 총리 간 신경전이 벌어지자 윤 대통령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27일) 오전 출근길에도 국조실장 인선과 관련돼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권 원내대표도 지난번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에서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던 만큼,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권 원내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민주당과 합의안을 도출했다. 국회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으면서 민주당과의 협치를 위한 차선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등 검찰 출신 핵심 인사들이 반발하면서 이 합의안은 뒤집혀졌다. 의원총회까지 통과한 안이 뒤집어지면서 권 원내대표의 위신도 떨어졌다.

따라서 윤 대통령이 한 총리의 의견을 들어 윤 행장의 임명을 강행하면 공개적으로 반대한 권 원내대표의 위신이 다시 한번 흔들리게 된다.

한편 국무조정실은 국무총리를 보좌하고 중앙행정기관의 지휘와 감독, 정책 조정을 맞는 곳이다. 같이 일하는 국무총리의 의사가 대체로 반영됐다. 책임총리제를 강조한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총리의 입장을 들어줘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