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회계법인 노조 출범 1주년…"실리 추구로 존재 가치 증명"

by유현욱 기자
2019.11.14 14:39:07

초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삼일회계법인지부장인 황병찬(32) 회계사가 지난달 31일 열린 제2회 회계의 날 기념식에서 표창장을 받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국내 유일 회계법인 내 노동조합이 설립 1주년을 맞는다. 안팎에서는 조용한 가운데 실리를 추구하는 전략으로 존재 가치를 스스로 증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노조 설립 ‘붐’을 일으키는 데 이르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15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삼일회계법인지부는 지난해 11월 15일 창립총회를 열고 발족한 지 꼭 1년을 맞았다. 국내 회계법인에 노조가 생긴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이라는 상징성이 더해져 관심이 집중됐다. 청년공인회계사회는 출범 직후 “지금까지 회계제도 개혁이 외부의 제도 개혁이었다면 앞으로는 회계법인 내부의 개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 매우 고무적”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초대 지부장인 황병찬(32) 회계사 역시 2년 임기의 반환점을 돌았다. 황 지부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제2회 회계의 날 기념식에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노조 설립과 운영을 공적으로 인정받아 정부 부처 장관상을 받는 건 이례적이다. 황 지부장은 지난 1년을 돌이키면서 “회사 측과 지속적으로 대화를 이어온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황 지부장은 설립 당시 120명가량이던 조합원 숫자에는 큰 변동이 없다고 말했다. 세를 불리거나 힘을 과시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회사 측과 실무적인 대화에 집중해온 결과다. 2018회계연도 기준 사원을 제외한 삼일회계법인의 등록 회계사는 총 1801명이다.

지난 365일은 회계사 처우가 질적으로 높아진 시기이기도 했다. 일주일에 평균 100시간을 일해도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던 ‘관행’이 사라졌다. 이 덕분에 퇴사율이 급감했음을 몸소 느끼고 있다고 황 지부장은 덧붙였다. 근로 여건 향상은 감사 품질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종전 고정급 위주 임금체계에서는 저가 수임 경쟁이 만연했으나 주52 시간제 안착으로 바뀐 임금체계에선 더는 저가 수임 경쟁에 골몰할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빅4’ 회계법인이 수지를 따지기 시작하면서 중견·중소형 회계법인에 일감이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도 갖춰지고 있다. 황 지부장은 앞으로 1년도 이전과 같이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로 점진적인 근로 조건 개선을 꾀한다는 생각이다.

한편 익명을 요청한 한 대형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는 “보수적인 회계법인 분위기를 고려해도 추가 노조 설립 움직임이 더딘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흥행 부진의 원인이 무엇인지, 회계법인 노조 연대기구 창설은 장밋빛 바람에 불과했는지도 점검해볼 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