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다주택자는 稅폭탄, 1주택자도 보유세 더 낸다

by강신우 기자
2021.05.31 17:17:56

상도더샵 한 채만 가져도 보유세 178만원
감면 혜택에도 작년보다 ‘9만원’ 더 내야
2주택자 양도차익 3.25억에 세금 ‘1.85억’
“주택시장 경색 우려…양도세 완화해야”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재산세를 감면해준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생색내기용 정책이었나.”

정부가 공시가 9억원 미만 주택에 대한 재산세 감면을 약속했지만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더샵 1차’(전용면적 81㎡) 아파트에 사는 직장인 최 모(39)씨는 올해 보유세 부담이 더 늘어났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1일부터 고강도 부동산 세제가 적용된다. 재산세·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일이 6월 1일이기 때문이다. 당장 종부세 기본세율은 현재 0.5~2.7%에서 0.6~3.0%로 오른다. 다주택자뿐만 아니라 1주택자의 세부담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공시가격 9억원 미만 주택에 대한 재산세 감면을 예고했지만 실질적 혜택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연합뉴스)
상도더샵 재산세 ‘179만원’…깎아줘도 더 내

더불어민주당(여당)은 1가구1주택자가 보유한 공시가 9억원 이하 주택에 한해 재산세율을 3년간 0.05%포인트 깎아주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공시가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 비율)을 올리면서 6억원 이하 1주택 보유자에 대해 재산세 감면 혜택을 적용키로 했지만 6억~9억원 구간의 주택은 고가주택도 아닌데 세 혜택을 못 받아 일명 ‘낀 주택’으로 불렸다.

다만 감면 혜택을 받아도 공시가가 급하게 오른 탓에 세금은 작년보다 더 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내년 선거를 앞둔 생색내기용 정책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데일리는 이날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에게 공시가 6억~9억원 구간의 공동주택을 소유한 1주택자의 보유세 시뮬레이션을 의뢰해봤다. 결과는 작년보다 10만원 가량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것으로 나왔다.



‘상도 더샵 1차’에 사는 최 씨는 올해 218만1740만원의 보유세(재산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작년에는 169만9778원을 냈지만 공시가격이 1억680만원(7억100만원→ 8억780만원) 오르면서 재산세가 덩달아 뛰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당에서 공시가격 9억 미만 1세대1주택자에 한해 0.05%포인트 세금을 감면해주기로 하면서 최종적으로 내야 할 세금은 178만8494원으로 감면 전보다 39만3246원 줄었다. 하지만 작년보다 준 건 아니다. 여전히 작년보다 8만8716원을 더 내야 한다.

6억원을 겨우 넘긴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은평구 녹번동 ‘녹번래미안베라힐즈’(전용 59㎡) 아파트는 작년 5억6100만원이던 공시가가 올해 6억5700만원으로 9600만원 올랐다. 이에 따라 재산세도 같은 기간 133만920원에서 169만9464만원으로 뛰었다. 감면 혜택을 받으면 140만6916원으로 줄지만 작년보다 7만5996원 더 내야 한다.

공시가 6억원 미만 아파트는 재산세가 전년 대비 15%가량 줄지만 6억원을 넘기면 세금 감면 혜택을 받아도 내야 할 세금은 작년보다 많아지는 셈이다. 우병탁 팀장은 “공시가 현실화율이 가격대별로 다른 데다 6억 미만과 6억 초과한 재산세 세부담 상한이 각각 110%, 130%로 달라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주택자 양도차익 절반 이상 ‘세금’으로 뚝

양도소득세도 대폭 인상된다. 주택 보유기간에 따라 1년 내 팔면 70%, 2년 내 60%, 2년 이상은 기본세율(6~45%)을 적용한다. 여기에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양도세 중과세율이 종전보다 10%포인트 강화된다.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포인트, 3주택자 이상은 30%포인트 중과세율을 매긴다. 이로써 양도세 최고세율이 기존 65%에서 75%로 올라간다.

이를테면 2주택자가 서울 동작구 본동 신동아(전용 84㎡·2년 이상 보유·취득가액 7억6000만원) 아파트를 1일 이후 10억8500만원에 팔 계획이라면 차익 3억2500만원에 양도세 총 1억8491만원을 내야 한다. 5월 말(1억4943만원)까지 판 것보다 3548만원 더 부과된다.

여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1가구1주택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기준 금액을 기존 실거래가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까지 상향하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이달 중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거칠 예정이지만 정부나 반대 여론이 있어 양도세 완화안을 관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오른 세금만큼 매도 호가도 오르고, 거래는 잠잠한 ‘시장 경색’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양도세 완화를 통해 다주택자 퇴로를 열어줘야 부동산시장 안정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