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부들 모이면 하는 말…“마트가기 두렵다”
by김정유 기자
2024.03.06 16:30:44
2월 소비자물가지수 한 달만에 3%대 복귀…신선식품 전년비 20%↑
신선과일은 32년 여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 기록
대형마트 ‘초저가’ 앞세워 잇단 대규모 할인행사
전문가 “대형마트 행사 한계 있어…근본적 물가대책 필요”
[이데일리 김정유 김미영 김경은 기자] ‘밥상물가’에 초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2%대로 둔화한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서면서다.
특히 귤·사과 등 주요 과일 가격이 약 70%나 치솟는 등 신선과일·채소의 물가 상승률이 역대급을 기록하면서 서민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형마트 등에서는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소비자들의 한숨 어린 탄식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 6일 오전 롯데마트 김포공항점에서 한 소비자가 과일코너를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김경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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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배 물가상승폭 70%대…채소도 들썩6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지수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것은 신선식품이다. 2월 신선식품지수는 138.57로 전년동기대비 20.0% 상승했다. 나머지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 △생활물가지수 등 다른 분야가 불과 2~3%대 상승률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신선식품 물가가 한 달 만에 3%대 상승률로 전환한 소비자물가지수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신선식품지수 상승폭은 지난해 10월부터 13~14%대를 기록해왔지만 이번에 20%대로 들어서며 급격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신선식품 가운데에서도 신선과일과 채소가 가장 높은 물가 상승률을 보였다. 신선과일의 2월 지수는 164.09로 전년동기대비 41.2% 올랐고 신선채소(132.05)는 같은 기간 12.3% 상승했다. 특히 신선과일의 물가상승률은 1991년 9월(43.9% 상승) 이후 32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신선채소 역시 지난해 3월(13.9% 상승)에 이어 11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신선과일 중에선 귤과 사과의 상승폭이 컸다. 귤은 전년동기대비 78.1%, 사과는 71% 올랐다. 이 외에도 배(61.1%), 토마토(56.3%), 딸기(23.3%) 등의 물가 상승폭이 컸다.
과일에 이어 최근엔 채소 가격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오이(다다기·중품) 10개 가격은 1만876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7.0% 올랐고 대파도 ㎏당 3468원으로 같은 기간 63.2% 상승했다.
과일농산품 가격 상승이 두드러진 건 사과 등 일부 과일 중심으로 작황이 부진해 공급이 줄었고 지난해 비교적 작황이 좋았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도 일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장보기 줄이는 소비자들, 대형마트 할인행사로 대응문제는 신선식품 물가 상승이 소비자들의 밥상물가와 직결된다는 점에 있다. 당장 대형마트 등 장보기 현장만 가도 과일·채소의 높은 가격에 구매를 머뭇거리는 소비자들이 자주 목격된다. 치솟는 물가에 의도적으로 장 보는 횟수를 줄이려는 소비자들도 생겼다.
이날 롯데마트 김포공항점에서 만난 50대 주부 김모씨는 “사과나 배를 사려면 손이 떨린다. 배 하나에 7000원인데 이전엔 3개에 1만원 정도였다”며 “요새 주부들이 모이면 항상 밥상물가만 얘기하는데 공통된 얘기는 ‘마트 가기 두렵다’는 말”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40대 주부 현모씨는 “대형마트 근처에 살아 매일 필요한 재료를 구입하러 나오는 편이지만 요즘은 장 보는 횟수를 줄이고 있다”며 “항상 어제보다 오늘이 더 비싸니 장보기 자체를 안하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서민들의 밥상물가 부담이 높아지자 대형마트들도 ‘초저가’를 앞세운 할인행사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할인행사 ‘홈플런’을 통해 △딸기(500g) 4990원 △보리먹고자란돼지 삼겹살·목심(100g) 990원 △당당 옛날통닭(1마리) 4990원 △대란(30입) 4990원 등으로 판매 중이고 7일부터 과일 품목을 더 확대할 방침이다.
이마트(139480)도 이달부터 즉석조리코너에서 ‘극가성비’ 메뉴들을 추가했다. 9980원짜리 ‘두마리 옛날통닭’, 16입 초밥 ‘스시e9980’ 등이다. 두마리 통닭은 출시 닷새 만에 약 5만수 이상 판매됐다.
롯데마트 역시 7일부터 필수 먹거리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데 ‘황토밭 하우스 감귤(1kg)’을 8990원에 판매한다. 하우스 감귤로는 올 들어 가장 저렴한 가격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롤화장지, 생리대와 같은 생필품이나 냉동만두, 김치와 같은 식료품 등 ‘1+1’ 행사 품목은 매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저렴할 때 사둬 쟁여두기하려는 인식이 커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신선식품 물가가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유가도 오름세여서 소비자들의 물가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대형마트 할인행사들도 단기적으로 소비자들의 숨통을 틔워줄 순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끌고 갈 순 없는 한계가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물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