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카드로 넘어갈까 말까…유심카드의 고민

by김동욱 기자
2015.03.17 14:51:08

'NFC' 플랫폼 놓고 카드사간 '온도차'
삼성페이, 앱카드만 호환
하나·BC "투트랙 개발"

[이데일리 김동욱 정다슬 기자]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를 들고 나온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 NFC 인프라 구축에 나서기로 하면서 모바일 결제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카드사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NFC 규격을 놓고 카드사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삼성이 보급하기로 한 NFC 결제기가 신한·삼성 ·KB·롯데·현대·농협카드 등 앱카드에서만 호환이 가능하다는 점이 논란의 발단이 됐다. 갤럭시S6에 탑재되는 삼성페이는 빠르게 국내 모바일 결제시장을 잠식해 2년 후에는 대중화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NFC 결제기 규격은 신용카드 정보를 어디에 저장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예컨대 하나카드, BC카드가 밀고 있는 유심형 모바일 카드는 통신사가 제공한 유심(개인정보 보관장치)에 신용카드 정보를 담아 스마트폰을 카드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카드로 NFC 결제를 하려면 여기에 호환이 가능한 NFC 결제기를 써야 한다. 유심형 모바일 카드는 EMV(Europay Mastercard Visa) 규격을 따른다. EMV는 세계 3대 신용카드 회사인 벨기에의 유로페이, 미국의 마스터카드, 비자카드 등 3개사가 공동으로 만든 결제 규격으로 현재 국제 표준기술로 통한다. 애플의 애플페이, 구글의 구글월렛 등도 이 규격을 따른다. 그동안 NFC 기반의 모바일 카드에 주력했던 하나, BC카드가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것도 NFC 카드는 갖췄지만 정작 이 카드 규격에 맞는 단말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국내 EMV 규격의 NFC 단말기는 3만대를 밑돈다.

그러나 삼성이 보급하기로 한 NFC 결제기엔 EMV 규격이 포함돼 있지 않다. 모바일 카드 고객의 90% 이상이 앱카드 고객인 만큼 NFC 결제기를 앱카드 규격으로 맞췄기 때문이다.

삼성으로선 NFC 결제기에 EMV 규격까지 같이 넣으려면 비용 부담이 더 커진다. 한 카드사 고위관계자는 “유심형 카드 진영도 결국엔 앱 방식으로 넘어올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페이가 도입되더라도 카드사 점유율이 뒤바뀌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도 17일 보고서에서 “삼성페이가 한국의 NFC 결제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며 “기존 유심칩을 기반으로 한 카드사의 오프라인 모바일 결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하나, BC카드는 일단 유심형 카드에 주력하되 투트랙 전략을 써 앱카드 개발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NFC 인프라 구축에 나선 미국, 호주 등 선진국 대부분이 NFC 결제기를 EMV 규격으로 맞추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유심형 카드가 더 경쟁력을 갖출 것이란 게 이들 카드사의 분석이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오프라인에서의 모바일 결제가 NFC 방식으로 넘어간다면 국내서도 EMV 단말기 보급이 더 확산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유심형카드가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