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뛰더니 막걸리값도 쑥…릴레이식 물가상승 심상찮네

by이명철 기자
2021.08.03 15:53:51

연초 농축산물 위주 물가 상승세…외식 등으로 확산
국제유가 상승세에 휘발유·경유 등 석유류 가격 급등
폭염에 경기 회복…하반기 공급·수요 상승 요인 상존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공지유 기자] 2%대 중반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어지면서 지속적인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졌다. 달걀·쌀·과일 등 장바구니에서 시작한 물가 오름세는 외식이나 공업제품 등 전 방위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서울 한 대형마트 주류 코너에 막걸리가 진열돼있다. (사진=연합뉴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오름세도 심상치 않고 하반기 물가 상승 요인이 남아 있어 연간 물가 관리 목표인 2% 내 억제 여부도 장담할 수 없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농축산물→석유류→서비스` 상승 릴레이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2.6% 올라 4개월째 2%대 상승폭을 이어갔다. 체감 물가를 의미하는 생활물가지수는 같은 기간 3.4% 올라 2017년 8월(3.5%) 이후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최근 소비자물가 흐름을 보면 올해 초에는 농축산물이 물가 상승세를 주도했으며 최근 들어 석유류와 개인서비스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처음 2%대 물가 상승폭을 나타낸 4월(2.32%)에는 농축수산물의 기여도가 1.04%포인트로 가장 높았고 공업제품은 0.76%포인트, 개인서비스 0.73%포인트 수준이었다. 7월에는 공업제품 물가 상승 기여도가 0.93%포인트로 가장 컸고 개인서비스도 0.87%포인트까지 올랐다. 농축수산물은 0.76%로 다소 낮아졌다.

농축산물이 작황 부진에 따른 생산 부족으로 가격이 오른 이후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외식 등 개인서비스까지 영향을 미치는 양상이다. 예를 들어 쌀 소비자물가는 올해 1월(12.3%)부터 7월(14.3%)까지 10%대 상승폭을 유지하고 있다. 쌀 가격이 오르니 막걸리는 3월까지 1%대 상승세에 그쳤지만 7월에는 17.2% 급등했다.

국제유가도 두바이유 기준 4월에는 배럴당 62.0달러에서 7월 72.9달러까지 올라 휘발유·경유 등 석유류 물가 상승세를 유발했다. 원자재 중심의 물가 상승세가 점차 다른 분야로도 번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 주요 품목들의 전년동월대비 물가 상승폭을 보면 농축수산물의 경우 4월 13.6%에서 7월 9.6%로 낮아졌지만 개인서비스는 같은기간 2.2%에서 2.7%로 높아졌다. 석유류 상승폭도 4월 13.4%에서 7월 19.7%까지 커진 상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초에는 식료품이나 생활필수품 중심으로 상승하던 것이 최근 다른 부문의 물가도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위험이 보다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근원물가도 상승세…하반기 리스크 대응 시급

정부는 당초 하반기에 접어들면 농축산물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는 등 물가가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상승폭이 커지며 예상을 빗나갔다. 하반기에도 비슷한 흐름이 계속된다면 정부 전망치인 2%를 넘어서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단순 체감물가가 아닌 근원물가가 오름세인 점도 주목해야 한다. 물가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7월 1.7% 올라 5개월째 1%대 상승세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올해 물가가 안정 목표 내에 있을 지 관심이 많지만 특정해 전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지금 2%대 (상승폭을) 계속 상회하고 있어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이 없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하반기에는 폭염과 태풍 등 농축산물 가격 상승 요인과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추가 상승 등 리스크가 상존한 상황이다.

전기·수도·가스가격이 7월 0.3% 오르며 지난해 6월(1.3%) 이후 13개월 만에 상승 전환한 가운데 하반기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세 물가도 2.0% 올라 2018년 2월(2.1%) 이후 최고 상승폭인데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되는 점도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경기 회복과 집단면역 형성 등으로 수요 측면 상승 압력도 작용하는 만큼 물가 상승세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제가 어려운 공급 측 물가 상승 요인이 가격이 반영되면 줄줄이 물건 가격이 오르게 되고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공고해질 수 있다”며 “하반기 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대면 서비스 수요도 많이 늘어 지난해에 비해 물가 상승폭이 클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