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파업 막아라"…美 의회, 30년만에 이례적 개입

by장영은 기자
2022.11.30 16:04:25

美 철도 노조 파업 가능성 커지자 의회 개입 나서
펠로시 하원의장 "파업 반대 싫지만 실익 따지면 피해야"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미국에서 철도노조 파업 가능성이 커지면서 의회가 이례적으로 개입에 나섰다. 의회는 법안을 통해 지난 9월 백악관 중재로 타결된 잠정 합의안을 노조측이 수용하도록 강제할 전망이다.

미 철도 노조는 약 2년간 사측과 처우 개선, 임금 협상 등을 놓고 협상을 진행해 왔다. (사진= AFP)


29일(현지시간) 월스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양당 의회 지도부와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 후 “가능한 한 빨리 철도 폐쇄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노조의 파업 권리를 침해하고 싶지는 않지만 실익을 따져보면 파업을 피해야 한다”며 “철도 노조를 포함해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고 제품 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물동량이 급증하는 연말연시에 철도 파업으로 공급망이 재차 악화된다면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개입해 이끌어 낸 철도 노사간 잠정 합의안에 추가 혜택을 포함한 법안을 30일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양당 상원 대표들도 하원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조속히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미 철도노동법에서는 의회가 노조가 부결시킨 합의를 노사가 받아들이도록 개입할 수 있다. 의회는 파업 시한을 일정 기간 늦추거나 협상을 계속하도록 지시할 수도 있고, 외부에 쟁의 중재를 요청할 수 있다.

WSJ은 미 상공회의소 자료를 인용해 1926년 관련 법이 제정된 이후 의회가 철도 노조 협상에 최소 18차례 개입했다고 전했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1991년으로 의회에서 근로자들의 업무 복귀를 명령하는 법을 통과 시키고 당시 대통령이었던 조지 부시가 법안에 최종 서명하기 전까지 24시간 동안 파업이 지속됐다고 WSJ은 덧붙였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철도 파업을 막기 위해 2020~2024년에 걸쳐 임금을 24% 인상하고, 인당 1만1000달러(약 1453만원)의 보너스를 즉시 지급하는 내용을 포함한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노조에 직접 전화를 거는 등 중재에 적극 나섰다.

그러나 최근 미 철도 노조 중 가장 큰 ‘스마트(SMART)수송지부’를 포함해 4곳의 노조가 조합원 투표 결과 잠정합의안을 거부하기로 결정하면서 잠정 합의안이 백지화될 위기에 놓였다. 철도 노사 간 합의 도출 시한은 다음달 9일이며, 업계에서는 만약 철도 노조가 파업에 들어갈 경우 하루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