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가 AI시장 선점하려면..."쿠다 넘는 소프트웨어 필요"[미래기술25]

by최영지 기자
2023.07.18 18:43:00

전문가들, 엔비디아 AI시장 독점 이유로 쿠다 꼽아
"AI 개발 위해 GPU에 쿠다까지 이용할 수밖에 없어"
"모레 등 韓 소프트웨어 발전시켜 생태계 넓혀야"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크리스 밀러 터프츠대 교수는 반도체 관련 저서 ‘칩 워(Chip War)’에서 엔비디아가 장기간 GPU(그래픽처리장치) 시장 독점 구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된 원인을 소프트웨어 ‘쿠다(CUDA)’로 지목했습니다. 쿠다는 GPU에서 수행하는 병렬 처리 알고리즘을 산업 표준 언어를 사용해 만들 수 있도록 합니다. 대부분의 AI 서비스·솔루션이 쿠다를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기도 합니다. 결국 현재로선 개발자들이 AI 개발을 하기 위해 엔비디아 GPU뿐 아니라 GPU 가속화 플랫폼인 쿠다도 써야 하며 엔비디아 생태계가 확장되고 있는 것인데요.

이혁재 대한전자공학회 회장 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사진=서울대)
생성형 AI 열풍 속에 정보기술(IT) 업계가 앞다퉈 쿠다를 사용 중이지만 이는 고비용·고전력 구조여서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국내외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팹리스들도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혁재 대한전자공학회 회장(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국내 AI 하드웨어 분야는 계속해서 성장 중이며 NPU는 충분히 GPU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소프트웨어가 아직 약하다”며 “엔비디아 시장 점유율을 추격하기 위해선 쿠다를 앞설 소프트웨어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그간 우리나라 기업들은 패스트 팔로어로서 하드웨어 성능 비교로 힘겨루기를 해온 반면 외국기업들은 하드웨어 성능 개발은 물론 소프트웨어 선점을 통한 생태계 조성에 집중하고 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토종 소프트웨어로 쿠다의 헤게모니를 무너뜨리겠다는 회사도 있습니다. 창업 3년 차 소프트웨어 기업인 ‘모레’입니다. 모레는 GPU 연산을 최적화시키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는데 엔비디아 GPU와의 호환만 가능한 쿠다와 달리 다양한 제조사의 GPU와 연동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유럽 최대의 스타트업 행사인 비바테크 창립자인 모리스 레비 전 퍼블리시스그룹 회장도 모레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모레가 개발하는 솔루션은 쿠다보다 저렴하고 빠른데, 개발자가 GPU를 수동으로 조직화해 연산을 배분하는 쿠다와 달리 모레는 연산의 배분·병렬화·효율화 등 과정이 자동으로 이뤄진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모레의 AI플랫폼 구조. (사진=모레)
이와 관련 최기창 서울대 시스템반도체산업진흥센터 교수는 “쿠다가 맞춤복이라면 모레 플랫폼은 기성복이라고 할 수 있다”며 “맞춤복은 아니더라도 딱 맞는 기성복을 지향함으로써 쿠다와는 또 다른 생태계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혁재 교수는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이 기술 개발을 이어간다면 우리나라가 향후 AI 시장에서 상당부분을 점유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습니다. 그는 “엔비디아의 GPU 시장점유율이 90% 상당으로 사실상 독점을 하고 있지만 아직 발열 문제가 있고 전력소모가 크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며 “퓨리오사AI와 딥엑스, 모빌런트 등 우리나라 팹리스들이 기술 수준도 상당히 올라왔으며 계속해서 기술 개발을 통한 제품 양산 단계에서 충분히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곧 전체 AI 시장의 30~40%를 점유할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혁재 대한전자공학회 회장 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사진=대한전자공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