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정신, 혁신보다 중요한 것은 '성장'" 다니엘 아이젠버그 교수

by박경훈 기자
2016.11.14 14:44:19

'혁신'보다 중요한 것은 '성장'
실패한 혁신·성공한 짝퉁 "누가 진정한 기업가인가?"
인위적인 스타트업 부양정책, 성공 못 할 것
성공 위해서 혁신보다는 세일즈 가르쳐야

14일 서울 서초구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2016 세계기업가정신주간’ 행사에서 다니엘 아이젠버그 벱슨 칼리지 석좌교수가 강연 중이다. (사진=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혁신’만이 기업가정신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결국 어떻게 ‘스케일업(Scale up·성장)을 달성할 것인가’ 입니다.”

14일 서울 서초구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2016 세계기업가정신 주간 한국행사’ 기조강연에서 다니엘 아이젠버그(64) 뱁슨 칼리지 교수는 기업가정신을 이 한 마디로 압축했다.

세계기업가정신 주간 한국행사는 중소기업청과 미국 글로벌기업가정신네트워크가 주최하고 청년위원회, 미국 카우프만재단이 후원하는 행사로 14·15일 이틀간 열린다.

‘하버드 창업가 바이블’라는 저서로 유명한 세계적 석학 아이젠버그 교수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에서 11년간 기업가정신을 강의했으며 2013년 다보스포럼 연사로도 참가했다. 현재 미국 뱁슨 칼리지 석좌교수로 재임 중이다. 뱁슨 칼리지는 US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 대학평가 기업가정신 부문에서 14년째 1위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기업 분야에서 독보적인 명성을 자랑한다.

‘기업가와 생태계 사이에 다리를 어떻게 놓을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강연에서 아이젠버그 교수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뒤집었다.



아이젠버그 교수는 스타트업이든 혁신이든 기업가정신은 결국 성장이 중요하다고 방점을 찍었다. 그는 세그웨이의 사례를 들며 “세그웨이는 2001년 미국 발명가 딘 카멘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며 “이후 나인봇이라는 짝퉁 세그웨이를 만들던 중국의 샤오미가 인수해 보급화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대조적인 사례로 악타비스(Actavis)와 스타벅스를 들었다. 아이젠버그는 “99년 로버트 웨스만이 인수한 제네릭(복제약)사인 악타비스는 직원 수 99명의 회사에 불과했지만 7년 만에 직원 1만명, 미국 업계 1등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 창업 후 16년이 지나 인수해 세계 최고 커피프랜차이즈로 성장시켰다”고 설명했다.

아이젠버그 교수는 “카멘은 혁신을 했지만 시장에서 실패했고 반면 웨스만과 슐츠는 스타트업도 아니었지만 성공을 했고 비전을 성취했다”며 “누가 진정한 기업가인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케이스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타트업의 허상에 대해서도 일갈을 날렸다. 아이젠버그는 “몇몇 국가는 일자리 정책의 해결책으로 스타트업에 집중한다”며 “창업생태계로 유명한 이스라엘은 특별한 스타트업 정책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양질의 일자리와 창업은 경제성장 주기를 따른다”고 말해 한국의 인위적인 지원정책을 꼬집었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아이젠버그는 “우리가 흔히 혁신의 대명사로 일컫는 실리콘밸리는 그 지역의 특징적인 현상일 뿐 일반화될 수 없다”며 “성공을 위해서는 혁신을 가르치기보다는 ‘세일즈(Sales·판매)’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장의 80%는 결국 세일즈에서 결정된다”며 “시작하는 데 의미를 둘 것이 아니라 성장 이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