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폭우 채솟값 급등에 “김치 사 먹는 게 싸다”

by최은영 기자
2017.08.22 15:13:21

배추 1포기 6530원·열무 1kg에 3513원···김장재료 물가 폭등
“차라리 사 먹겠다” 포장김치 수요 늘어
포장김치시장 지난해 전년比 22.5%↑···연중무휴 ‘김치전쟁’

대상 ‘종가집’ 포장김치.
[이데일리 최은영 유통전문기자]‘포장김치’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올여름 폭염과 폭우에 배추·무·고추 등 김장 재료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김치 담그기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포장김치 쪽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포장김치는 김치 제조업체들이 계약 재배를 통해 싼값에 많은 양의 채소를 공급받기 때문에 가격 등락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요즘처럼 채솟값이 비쌀 때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우가 많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1개월 전 평균 4354원 하던 배추 1포기(상품 기준) 값은 21일 기준 50% 오른 6535원에 거래되고 있다. 배추 1포기 가격이 3379원이던 평년에 비해선 두 배 가량 비싸다. 상태가 좋은 배추는 1포기 7500원을 호가한다.

CJ제일제당 ‘비비고 포기 배추김치’.
가격이 오른 채소는 배추뿐만이 아니다. 한 달 전 평균 2035원 하던 무는 1개당 41% 오른 2872원에 거래되고 있고, 미나리는 1kg당 평균 4126원에서 한 달 만에 5562원으로 35% 가량 올랐다. 갓 1kg은 평균 3940원에서 4500원으로 14% 올랐고, 여름철 메뉴로 활용도가 높은 열무는 1개월 전 2717원에서 이날 3513원으로 가격이 29% 상승했다.

김치 양념을 만들 때 쓰는 고춧가루, 마늘, 양파 등도 소폭이지만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포장김치 시장규모는 1816억원으로, 2015년 1482억원 대비 22.5% 증가했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으로는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무, 배추 등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포장김치 수요가 늘어난 점이 꼽힌다. 지난해 여름에도 폭염으로 배추 가격이 직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껑충 뛰자 김치를 담가먹지 않고 사 먹는 소비자가 크게 증가했다. 포장김치 점유율 1위 브랜드인 대상 ‘종가집’의 경우 지난해 8월 포장김치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다양한 업체들이 포장김치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CJ제일제당과 신세계푸드 등 식품업체 뿐만 아니라 호텔, 유통업체들도 포장김치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점유율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작년까지 60%대를 보이던 대상 종가집의 점유율은 작년 하반기부터 차츰 줄어들기 시작해 지난 5월에는 50%까지 내려앉았다.

대상은 맞춤형 김치인 ‘나만의 김치’를 선보이며 1위 수성에 나섰다. ‘나만의 김치’는 멸치액젓, 새우젓 등 젓갈뿐만 아니라 소금, 고춧가루 첨가 여부와 양을 소비자가 직접 선택해 포장김치도 소비자 개개인의 입맛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는 김치 등을 무겁게 집에서 챙겨갈 필요 없이 공항에서 바로 받아볼 수 있는 ‘공항배송’ 서비스도 시작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6월 ‘비비고 김치’를 출시한 이후 마케팅 공세를 퍼부으며 대상과의 점유율 격차를 좁히고 있다. ‘비비고 김치’는 고급 원재료로 제대로 담근 한식김치를 표방한다. 반면 2007년 인수한 ‘하선정 김치’는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가 주요 대상이다. CJ제일제당은 이 두 김치 브랜드로 포장김치 시장을 이원화해 공략하고 있다.

지난 1월 올반 맛김치와 포기김치를 선보이며 포장김치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신세계푸드는 21일 열무김치를 선보인데 이어 연말까지 파김치, 총각김치, 섞박지 등으로 김치 상품군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대상 관계자는 “작년 판매현황을 보면 포장김치는 집집마다 겨울에 담가놓은 김장김치가 떨어지는 6~7월 판매가 차츰 늘어나기 시작해 8~9월 정점을 찍고 겨울 김장을 담그기 직전인 10~11월까지 높은 판매율을 이어 간다”며 “올해는 폭염 등의 영향으로 배추 등 채소 가격이 급등하며 포장김치 시장의 성수기가 앞당겨졌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며 늦은 가을까지 활황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