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경쟁사 SK이노베이션 주식 왜 보유하고 있을까?

by성문재 기자
2017.05.23 11:22:51

2005년 8억원에 3000주 취득..경인에너지와의 인연
"규모 미미해 그냥 보유"..SK이노 주총 꾸준히 참석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GS(078930)칼텍스가 경쟁사인 SK이노베이션(096770)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그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분율로 치면 0.01%도 안 되는 소량이지만 회사 명의로 경쟁사의 주식을 갖고있는 것은 정유업계에서 이례적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지난 2005년 9월 30일 SK이노베이션 주식 3000주를 7억9900만원에 취득했다. GS칼텍스가 SK이노베이션 지분을 갖게 된 것은 과거 인천정유(옛 경인에너지)와의 인연에서 시작됐다. 취득 당시는 SK이노베이션이 출범하기 전으로 GS칼텍스가 보유한 주식은 현재 SK인천석유화학으로 불리는 인천정유의 지분이었다.

인천정유의 모태인 경인에너지는 1969년 한국화약(현 ㈜한화(000880) 화약부문)과 미국 유니온오일(현 코노코필립스)이 합작해 세운 정유사다. 1983년 유니온오일이 한국시장에서 철수하면서 한화그룹이 독자경영을 시작했고 1987년 한국거래소에 상장했다. 1994년 한화에너지로 상호를 변경했다가 1999년 현대정유(현 현대오일뱅크)가 인수하면서 인천정유로 다시 이름을 바꾸고 새출발했다. 그러나 당시 국제 시황이 악화하면서 인수 2년만인 2001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채무조정과 출자전환 등 회사 정리 절차가 진행됐고 새로운 주인을 찾던 중 2005년 12월 SK그룹에 인수됐다.

GS칼텍스가 주식을 받은 것은 인천정유가 SK그룹에 넘어가기 직전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GS칼텍스가 인천정유로부터 받을 돈이 있었는데 채무조정 과정 중 일부 지분으로 대신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정유는 SK그룹에 넘어간 이후 SK인천정유로 이름을 바꿨다. 2008년 SK에너지에 합병됐고 2013년 7월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인천석유화학으로 또다시 바뀌며 5번째 이름이 바뀌었다.

GS칼텍스가 보유한 SK이노베이션 주식 현황(단위: 만원, 자료: GS칼텍스)
GS칼텍스가 채권 대신 받은 인천정유 지분 역시 이름을 바꾸며 현재는 SK이노베이션 주식으로 남아있다. 10년이 넘는 투자기간을 감안하면 짭짤한 투자수익을 얻었을 법도 하지만 SK이노베이션 주가가 과거 고점을 돌파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지분가치로는 손실을 보고 있다. 지난 22일 SK이노베이션 종가(16만8500원)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5억550만원이다. 최초 취득금액 7억9900만원 대비 36.7% 하락한 수준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보유 주식 규모가 얼마 안되다보니 그냥 놔두고 있다”며 “처음에 취득한 수량에서 변동없이 그대로다”라고 말했다. GS칼텍스는 SK이노베이션 정기 주주총회 때 주주자격으로 회사를 대표해 최소 1명이 꼬박꼬박 참석하고 있다.

SK인천석유화학 PX공장 모습. SK이노베이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