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 걷는 현대중공업 노사…임단협 순탄치 않을 듯(종합)

by최선 기자
2016.04.29 17:49:57

구조조정 두고 노사 소통부재
회사 “호황기 때 제도 폐지”..노조 “임금·인력 늘려달라”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계속되는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의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상경투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최선 기자] 현대중공업(009540) 사측과 노동조합이 다음 달 임금단체교섭 협상을 앞두고 기싸움을 시작했다.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사측과 이를 중단하라는 노조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양측의 요구안이 배치돼 임단협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노조는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사재출연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2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는 노동자들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구조조정 방식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회사는 구조조정과 관련해 단 한마디도 공식적으로 말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 21일 경영현황설명회 자리에서 ‘3000명 구조조정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묻는 노조측 질문에 권 사장이 ‘이런 얘기가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답한 사실도 공개했다. 구조조정과 관련한 노사 간의 소통이 없었다는 주장이다.

사측은 지난 28일 임원인사를 단행해 임원의 25%인 60여명을 감축한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는 모습이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2014년 임원의 30%를 감축한 데 이어 지난해 대대적인 자산매각과 함께 1500명 이상 인력을 줄였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지난해 6월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인위적인 구조조정의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노조 측은 당시 권 사장이 거짓발표를 한 것이라고 맞섰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임단협 개정안을 두고도 충돌하고 있다. 비용과 인력을 줄이자는 회사, 이를 늘려야 한다는 노조가 격돌하는 양상이다.

회사 측은 호황기 때 만들어진 일부 제도의 폐지를 제안했다. 불필요한 포상비와 인건비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포상과 관련 ‘회사는 1년에 1회 이상 노조가 요청한 우수조합원 30명 이상에게 해외연수 기회를 준다’는 조항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5년차부터 5년 단위로 4차례 지급되던 장기근속 특별포상 대상으로 20년 미만 근속자는 포함시키지 않는 방안을 내밀었다.

사측은 신규채용이 있을 때 ‘정년퇴직자가 요청하면 그 직계자녀의 능력을 심사해 우선 채용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의 조항도 삭제할 것을 노조에 요구했다. ‘조합원이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사망할 경우 유자녀 1인을 우선 채용한다’는 조항도 사측 개정안에는 빠져있다.

노조 측은 6.3%의 임금인상률을 요구하고 나선데다 퇴직자 수만큼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자동충원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간 4000억원에 달하는 추가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노조는 대주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사재출연도 요구했다. 한진해운(117930)의 채권단 자율협약을 앞두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도 사재출연이 요구되는 상황이어서 위기에 놓인 기업 대주주에 대한 책임부과 여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2014년 회사는 입사 1~2년차 신입사원에게는 최저시급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했다가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을 받았지만 경영진은 최근 10년 동안 손가락 까딱하지 않은 정 이사장에게 300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노조 측은 현대호텔, 현대기업금융대부, 현대기술투자, 현대중공업스포츠, 하이투자증권 등 계열사를 거론하면서 “말로만 구조조정을 외칠 게 아니라 불필요한 사업을 과감히 정리해 비용을 절감하고 선박제조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