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 佛 단거리 국내 항공노선 폐지 계획 승인

by이선우 기자
2022.12.07 18:05:12

파리 오를리~낭트·리옹·보르드 3개 노선 폐지
개인용 제트기는 중과세 등 규제 강화로 가닥
"철도망 개선, 렌·마르세유 등 추가 폐지할 것"

[이데일리 이선우 기자] 프랑스의 단거리 국내 항공노선 운항 금지 계획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승인을 받았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3일 “파리 오를리공항과 낭트, 리옹, 보르도를 운항하는 단거리 국내 항공편 운항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기후대응 법안이 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기차로 2시간 30분 안에 이동이 가능한 도시를 운항하는 항공편을 폐지하는 기후대응 법안이 프랑스 의회(상·하원)를 통과한 지 1년 반 만이다.

프랑스 파리 오를리(ORLY) 공항 (사진=연합뉴스)
탄소배출 감축의 일환으로 단거리 국내노선 운항 금지 조치를 취한 국가는 유럽은 물론 전 세계에서 프랑스가 처음이다. 프랑스 정부는 일반 여객·화물 항공기보다 최대 14배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개인용 제트기에 대해서도 중과세 등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클레망 본 프랑스 교통부 장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단거리 국내 항공노선 폐지가 집행위원회 승인을 받으면서 프랑스의 탄소배출 감축 시도는 큰 진전을 이루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운항이 금지된 노선은 파리 오를리 공항과 낭트, 리옹, 보르도 간 3개다. 모두 기차로 2시간 30분 안에 이동할 수 있는 곳이다. 집행위는 프랑스 정부가 폐지 대상으로 신청한 8개 노선 중 3개 노선만 폐지를 승인했다. 나머지 5개 노선은 운행 기차 편이 항공 수요를 대체할 만큼 충분치 않다고 판단해 제외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정부가 국내 단거리 항공편 운항 금지를 추진하는 이유는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다. 프랑스는 지난해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40% 줄이는 내용의 기후대응 법안을 마련했다. 의류, 가전 등 제품에 탄소성적표지 도입, 식당과 카페 야외 가스히터 사용금지, 에너지 효율 저등급 주택임대 금지 등이 탄소배출 방안이 포함된 법안은 지난해 5월 하원에 이어 6월 상원을 통과했다.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Charles de Gaulle) 공항 (사진=연합뉴스)
집행위가 국제공항협의회(ACI) 등 항공업계의 거센 반대에도 프랑스 정부의 손을 들어준 배경에는 유럽 횡단 운송 네트워크(TEN-T) 프로젝트가 있다. 1990년 수립된 TEN-T 프로젝트는 유럽 전역에 도로와 공항, 항구 등과 연계한 고속철도망 구축이 핵심이다. 집행위는 유럽에서 가장 붐비는 항공노선 20개 중 거리 700㎞ 미만인 17개 노선을 고속철도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지역 전체 탄소 배출량 가운데 항공이 차지하는 비중은 4%로 교통 부문에서 도로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프랑스 정부는 철도 노선과 서비스를 개선해 항공운항 금지 노선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추가 폐지 대상 노선으로는 파리 샤를 드골 공항~리옹, 리옹~렌, 리옹~마르세유가 거론되고 있다. 이번에 이동시간이 2시간 30분 넘게 걸려 제외된 샤를 드골 공항과 보르도, 낭트 노선도 철도 서비스가 개선되면 폐지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프랑스 녹색당 소속 카리마 델리 의원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폐지 대상 단거리 노선의 기준을 4시간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내 단거리 항공노선 운항이 금지되는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 계획이 시행되기까지는 세부 계획에 대한 공청회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집행위 승인은 3년간 효력이 유지되고 이후엔 재심의를 받아야 한다. 클레망 본 장관은 유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단거리 항공편 운항금지 조치가 발효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면서 “가능한 신속하게 남은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