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충격이 아플까, 자산버블이 무서울까..줄타는 한은(종합)

by최정희 기자
2021.01.15 13:59:55

신축년 새해 첫 금통위, 기준금리 연 0.5% 동결
이주열 총재 "3차 코로나 충격 커..통화정책 전환 고려 사안 아냐"
"주가 너무 빠르게 올라..예상치 못한 조정에 대비해야"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코로나19 재확산도 무서운데 자산 가격 버블도 무섭다.’

한국은행이 매서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실물 경기 침체와 주가 급등 등 버블 논란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각종 지원책이나 제로 금리(연 0.50%)를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면서도 동시에 주가 상승 등 자산 가격 버블 논란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주가 상승 속도가 과거에 비해 빠르다”며 “예상치 못한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한국은행)
◇ 제로금리 유지·자산 버블 경계..두 마리 토끼 잡으려는 한은

한국은행이 15일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0.50%로 동결했다. 8개월째 동결이다. 한은은 당분간 제로금리를 유지할 것을 시사했다.

이주열 총재는 본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실물 경제 여건을 보면 여러 조치들을 정상화하거나 금리 정책 기조를 바꾸는 것은 현재 고려 사안이 아니다”며 “(통화정책) 기조 전환을 언급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3차 확산은 이전 두 차례 확산기보다 경제 충격이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회복 기대 등에 장기 채권금리가 오르고 최근 일부 미국 연방준비은행(FRB) 총재들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등과 관련된 발언을 하면서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었으나 이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한 셈이다.

한은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취했던 금융중개지원대출 제도 확대, 대출 금리 인하, 회사채 CP 매입 기구 설립 등의 한시적 조치들도 사실상 계속해서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대면 서비스가 부진하고 소상공인, 임시 일용직의 어려움이 지속하는 만큼 지원을 섣불리 거둬들이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로 금리가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자산 가격 버블에 대한 경계감이 커졌다. 이 총재는 “주가 상승 속도가 과거에 비해 대단히 빠르다. 버블 여부를 사전에 판단하기 어렵지만 예측 불가능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거나 코로나19 확산세가 예상보다 가팔라지거나 백신 보급에 차질이 생기는 등의 충격이 있다면 시장 참가자들의 기대가 바뀌면서 주가가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과도한 레버리지에 기반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데 혹시라도 예상치 못한 가격 조정이 있을 때 투자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손실이 날 수 있어 우려된다”며 “자산시장으로의 자금이 얼마나 쏠릴지, 금융불균형 위험이 어느 정도 쌓이게 될지 늘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도 ‘자산시장으로의 자금흐름’을 유의하겠다는 문구를 새로 추가했다.

제로 금리를 유지하고 돈을 푸는 만큼 자금이 자산 시장 말고 실물경제로 옮겨가겠끔 할 방법은 없을까. 이와 관련 이 총재는 “무엇보다 기업 활동을 촉진해 기업이 경쟁력을 높이고 수익성을 제고하는 쪽으로 도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중앙은행보다는 정부의 규제 완화 등의 역할이 더 강조돼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주열 “재난지원금은 선별적 지원이 바람직”

제로금리를 유지하는 데 있어 물가 상승이나 가계부채 등에 대한 우려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한은은 이날 배포한 최근 국내외 경제동향에서 “물가상승률(1.0%)은 당초 전망보다 국제유가 오름세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지난 전망 수준을 소폭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으나 의결문에선 근원물가 상승률에 대해 ‘1%대로 높아질 것’이란 문구를 ‘0%대 초중반 수준’으로 변경했다. 가계부채에 대해선 이 총재는 “코로나19 대응차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현 시점에서 가계부채 부실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현 수준보다 더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칠 것이란 기대에 대해선 싹을 잘랐다. 코로나19 재확산 충격이 크더라도 올해 경제성장률 3% 내외는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등 수출 호조와 기저효과, 백신 조기 공급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고채 매입 계획을 사전 공표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수급 여건상 금리 상승 압력이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시장 안정화를 도모하겠다”는 일상적인 답변만 내놨다.

한편 이 총재는 최근 정치권과 정부에서 논의되는 제4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사견임을 전제로 “선별적인 지원이 더 적절하다. 코로나 위기가 예상보다 길어져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쓸 방법을 고려해야 하는데 피해가 집중된 소상공인, 취약계층에 지원하는 것이 경기 회복 속도를 높이는 것이고 자원의 효율적 배분 측면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