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업&다운] ‘mRNA 백신’ 글로벌 수혜주 따로 있다

by김유림 기자
2021.05.10 15:39:17

가만히 앉아서 돈 버는 ‘LNP’ 특허권 보유자
mRNA 백신, 바이러스시퀀스 읽는 기계필수
트라이링크, 세계 유일 상업용 5’-캡핑 판매

[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화이자와 바이오엔텍, 모더나, 큐어백 등 mRNA 코로나 백신을 출시했거나, 승인을 앞두고 있는 빅파마들의 주가가 연일 들썩이고 있다. 이들 빅파마가 백신 최종 개발사이지만 가만히 앉아서 로얄티를 받는 숨은 글로벌 수혜주는 따로 있다.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mRNA 코로나 백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자 시퀀스(sequence, 배열) 분석이 필수다. 일루미나(나스닥 종목명 ILMN)는 유전자 해독 장비 개발사이며, 전체 시장의 7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10년 스티브잡스, 안젤리나 졸리 등 1억원에 유전체 염기서열 해독을 했다면, 일루미나는 2017년 100달러(약 11만원) 대로 떨어뜨린 장비를 제작해 누구나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모더나, 화이자, 큐어백 등 mRNA 코로나 백신 개발사들은 유전 분석 장비 1위 일루미나 제품을 쓰고 있다. mRNA 방식이 차세대 백신으로 자리 잡으면 일루미나 장비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미국 정부의 코로나 변이 추적 모니터링을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와 관련해 일루미나가 대표적으로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mRNA 백신에 사용되는 약물전달체의 특허도 원개발사들은 확보하지 못했다. 화이자와 모더나, 큐어백(5월 중 유럽 승인 신청 예정)은 ‘지질나노입자(LNP)’를 약물전달체로 사용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아뷰투스(나스닥 종목명 ABUS), 아크튜러스(ARCT)가 있다.

아뷰투스는 2018년 로이반트 사이언스와 공동으로 제네반트 사이언스(지분 아뷰투스 4: 로이반트 6)를 설립했다. 아뷰투스는 B형 간염 백신을 제외한 LNP 모든 권한을 제네반트에 넘겼으며, 제네반트가 LNP를 재라이선싱할 경우 아뷰투스는 수익의 20%를 받게 된다.

앞서 아뷰투스는 제네반트에 LNP 권한을 넘기기 전 아크튜러스에 LNP기술을 라이선스 아웃했으며, 아크튜러스는 다시 모더나와 큐어백에 재라이선싱했다. 아뷰투스는 아크튜러스의 재라이선싱을 금지하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이후 아뷰투스는 “모더나가 아크튜러스에 재라시선싱을 받은 영역은 4개 바이러스에 한정되며, 코로나바이러스는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미국 특허심판원(PTAB)은 아뷰투스의 손을 들어줬으며, 모더나는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한 상태다.



화이자는 코로나 백신 공동개발사 바이오엔테크를 통해 LNP 특허 문제를 해결했다. 바이오엔테크는 제네반트의 LNP를 사용하는 계약을 일찌감치 체결했으며, 공동개발을 지속하며 돈독한 파트너십을 쌓아왔다. 큐어백은 아크튜러스로부터 LNP 기술이전을 받았다. 아크튜러스 독자 LNP 기술이라서 문제가 없을 거라는 시각도 있지만, 추후 아뷰투스의 특허소송 제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LNP를 사용한 코로나 백신이 많이 팔릴수록 아뷰투스, 제네반트, 로이반트는 가만히 앉아서 돈 벌게 되는 구조다. 모더나 역시 특허권 보유자의 승소율이 높은 미국 산업 특성상 결국 제네반트에 로열티를 지불할 것으로 관측된다. 제네반트의 모회사 로이반트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 합병을 통해 올해 3분기 중 나스닥 시장에 ‘ROIV’라는 종목명으로 상장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 SK(034730)는 지난해 12월 약 2200억원을 로이반트에 투자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SK가 보유한 로이반트 지분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향후 상당한 수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로이반트 상장 후 보유 지분의 최소 50%를 향후 3년간 매각하지 않는 보호예수 조건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mRNA를 만들 때 들어가는 5’-캡핑(capping)도 미국 트라이링크가 사실상 전 세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5’-캡은 RNA 말단에 위치해 있으며 단백질 생산을 돕고, 지나친 선천성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안정화 기능을 통해 mRNA가 분해되지 않게 한다. 이미 출시된 mRNA 백신뿐만 아니라 현재 임상을 진행 중인 백신에도 트라이링크 5’-캡핑이 사용된다.

트라이링크 지적재산권 5’-캡핑이 인기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상업화까지 성공한 다른 회사의 제품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mRNA 백신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5’-캡핑 병목 현상이 우려되고 있으며, 트라이링크는 기존 샌디에이고 공장 확장을 계획 중이다.

트라이링크 홈페이지에 따르면 5’-캡핑(capping) 가격은 단 0.0012g에, 197달러(220만원)에 공급할 정도로 고가다. 대량 공급가격이 낮아질 수는 있으나, 인기가 높은 만큼 소량 가격과 크게 차이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라이링크 모회사 마라바이 라이프사이언시스 홀딩스는 mRNA 백신 수혜에 힘입어 지난해 11월 ‘MRVI’ 종목명으로 나스닥에 상장됐다.